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2일 남북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한 핵시설 불능화를 이행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미국의 적대시 정책 포기를 거론했다고 정부 당국자가 밝혔다.
박 외무상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 열린 필리핀 마닐라에서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과 회담을 하고 "핵시설 폐쇄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수용 등은 북.미 관계가 잘 발전됐기 때문에 하기로 한 것"이라며 "비핵화 2단계 조치인 불능화 등을 이행하기 위해선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 폐기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외무상이 밝힌 미국의 적대시 정책의 폐기는 '테러지원국 해제'와 '적성국 교역법 지정 해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정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핵시설 불능화 시기와 관련, 그는 "언제든 관계 정상화와 경제 지원 문제가 잘되면 해 나가자"며 시기를 못 박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6자회담 참가국들은 연내 불능화 이행을 목표로 삼고 있다. 박 외무상은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인질 사태에 대해 "같은 동포로서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희용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송 장관과 박 외무상은 6자회담 과정을 촉진시키는 방안에 대해 얘기했고 남북관계를 지금보다는 틀을 갖춰 안정적으로 발전시키자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