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걸 교수의 공공디자인 산책 (45) 역사적 위인, 캐릭터 상은 부적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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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는 사물이나 개인의 특성, 혹은 그것을 나타내는 기호를 뜻합니다. 사람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 수 있는 상징물을 고안하고 생산하는 것을 캐릭터 산업이라 합니다. 하나의 캐릭터를 탄생시키기 위해 주로 특정한 동물이나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인물이 소재가 됩니다. 스누피, 도널드 덕, 홍길동 등이 그 예입니다. 또 마케팅 전략의 수단으로 캐릭터를 개발하여 기업이나 지역의 특성화를 위해 활용하기도 합니다.

온달 전설의 고장 충북 단양은 온달과 평강공주를 캐릭터 소재로 활용하고 있습니다(2). 또 유관순 열사의 고향인 천안의 국도변에는 그를 캐릭터 형식으로 형상화한 커다란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습니다(1). 그런데 우리나라의 인물 캐릭터들은 비례나 인상이 대체적으로 비슷합니다. 동그란 얼굴과 이목구비의 표정이 천편일률적이며, 단지 옷을 달리 입혀 구분하는 수준입니다.

서울 이화여고에 설치된 유관순 상(像)은 버선발에 태극기를 들고 시위하는 사실적 재현을 탈피했습니다. 역사의 풍랑을 맨손과 맨발로 맞서는 열사의 결연한 모습과 삼엄한 내면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3).

프랑스에는 다양한 형태의 잔다르크 동상(4)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를 비롯해 위인을 형상화한 캐릭터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한 방식의 표현이 국민의 가슴속에 있는 잔다르크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캐릭터 산업이 활발한 미국과 일본에서도 소재는 동화.전설과 가상의 대상물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국민 모두의 존경을 받는 위인을 캐릭터 소재로 희화(戱畵)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상업적 부가가치를 겨냥하는 캐릭터 형식을 조각상에 적용하는 것은 그 소재가 상업적인 경우에만 정당화됩니다. 특히 역사적 인물을 대상으로 할 경우에는 그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에 의해 정신성이 표출돼야 합니다.

권영걸 교수 한국공공디자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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