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값 낮춰야 불법복제 근절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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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요즘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미국의 무역실태 평가 때 우선 협상국에서 제외되려는 각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노력의 예로 작년 적발한 불법복제 사용자의 20배가 넘는 수를 이미 구속한 것을 들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의 발전에 커다란 계기가 될 수 있다.
컴퓨터 주변기기나 하드웨어의 개발이 속속 이루어지면서 10가구중 한 가구 정도는 컴퓨터를 소지하고 있는 컴퓨터 선진국으로 정진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야 소프트웨어의 저작권을 법으로 명백히 보호하는 것이 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도 프로그래머들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불법복제에 대한 책임은 사용자 외에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회사에도 있다고 본다. 그 이유로는 높은 가격책정을 들 수 있다. 불법복제의 원인은 첫째 사용자의 인식부족에 있다. 소프트웨어가 엄연한 상품이라는 인식이 자리잡기 전에 컴퓨터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요즘 들어 차츰 나아지고 있다고 본다.
두번째로는 가격이 중·고생이 사용하기엔 너무 비싸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컴퓨터 사용자들이 중·고생인 것을 감안하면 이것은 큰 문제다. 올해 초 모회사의 획기적인 문서편집기가 개발되면서 많은 관심을 모았었다. 그러나 그 프로그램은 일반인이 사기에는 너무 비싼 가격이었다. 그 바람에 가격이 싼 복제본이 판을 쳤다. 하지만 이 복제본도 10만원 내외의 비싼 가격이었다. 물론 프로그래머가 심혈을 기울인 하나의 상품이 그 정도 값을 받아야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10만원짜리 복제품이 많이 팔린 점을 고려할 때 그 제품이 처음부터 10만원 정도에 나왔다면 많은 사람이 정품을 구입함으로써 그 제품의 이윤은 더 많이 남았으리라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지원이 너무 미미해 안타깝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새로 나온 프로그램에 복제 방지 같은 것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만큼 사용자들의 수준이 높다. 또 그렇기 때문에 공개용으로 나온 프로그램들도 상당히 좋은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런 것들을 접할 때면 프로그램이 한글로 되어 있어 국민학생같이 어린 사용자들도 사용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일본은 이미 일어를 컴퓨터에 도입해 쓰고 있다. 이를 보면 일본이 부러워지기도 한다.
우리민족의 두뇌는 세계에서 알아주는 수준이다. 대학 동아리에서 좋은 프로그램들이 개발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그 좋은 두뇌에서 좀더 나은 프로그램이 개발되려면 우선 사용자의 지적상품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낮은 가격으로도 좋은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길 바란다. <김휴정(서울 구로구 고척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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