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과 「비리」… 내무부의 고민/정순균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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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판공비 상납 물의와 관련,감사원으로부터 시장·군수등 공무원 9명을 징계하고 1명을 인사조치토록 통보받은 내무부는 이들의 처리를 두고 고뇌하고 있다.
감사원 감사결과 일선 시·도로부터 받은 것으로 드러난 1억7천여만원­. 일반국민들에게 내무부가 마치 「부정의 온상」인양 비치고 있는데 대해 여간 곤혹스럽지가 않다.
실제 억단위를 넘어가는 돈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또 공무원 신분으로서 단 한푼이라도 떳떳하지 못한 남의 돈을 받았다면 어떤 속사정이 있든 간에 두둔할 일은 못된다. 그러나 내무부가 고뇌하고 곤혹스러움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내무부 특유의 정서와 이에따른 관행때문이다.
일선 시·도지사나 시장·군수들은 회의참석이나 이런저런 이유로 내무부에 들를 때나 은행온라인으로 과거 자신이 몸담았던 국·과나 소위 일이 많아 고생하는 부서의 동료·후배들에게 그야말로 촌지형태의 격려금을 주는 것이 오랜 관행이 돼왔다.
또 자신의 출신지역 후배동료들이 향우회나 체육대회등 친선모임을 가질때면 으레 판공비를 쪼개 찬조금을 내놓는 미풍양속(?)도 이어지고있는 현실이다. 바로 이번에 문제가 된것도 대부분 이같은 십시일반식의 격려금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모시장의 경우 행정과장으로 재직때인 90년 5월부터 1년3개월사이에 일선시장등으로부터 1천40만원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됐다.
내무부 정서를 이해못하는 일반국민들이야 당연히 『공무원들 하는 짓이란…』하고 욕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 액수는 한달평균 1백만원을 밑도는 돈으로 그야말로 십시일반으로 모아진 돈이다. 그나마 직원들의 야식비나 회식비,택시비등 대부분 과경비로 지출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때문에 내무공무원들의 정서속에는 드러내 놓고 말할 처지는 못되지만 『이것도 큰 죄냐』는 의아스러움이 배어 있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상납」이란 표현은 당치도 않다는 반응이다. 그래서 일반국민들이 다른 사정대상자들 처럼 자신들을 도매금으로 몰아 「죄인」취급하는데 적잖이 곤혹스런 표정을 지을수밖에 없다. 내무부가 징계를 앞두고 고뇌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이 대목이다.
문민시대를 맞아 미풍양속으로 지켜온 관행이라도 잘못이 지적됐다면 고쳐져야 한다. 더구나 최근의 사정분위기와 국민감정에 따르자면 징계의 철퇴를 내려야 한다. 그러나 잘못된 관행을 개인의 비리로 몰아 일벌백계로 다스리는 것만이 최선의 길인지 내무부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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