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특별사면 않기로 한 노 대통령, 선심 논란 우려 "대선 후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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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얼굴) 대통령이 고심 끝에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실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1일 "8.15를 앞두고 경제계와 사회 각계에서 특별사면을 요청해 와 정부로서도 고심하며 여러 검토를 해 왔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특별사면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므로 청와대의 방침에 따라 사면 대상자 심사와 같은 실무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고 확인했다.

천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8.15 특사를 안 하기로 결정한 이유를 대통령 선거와 연관해 설명했다. 그는 "아무리 균형 있게 해도 선거용이라거나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왜곡과 오해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노 대통령으로선 끝내 부담이 됐다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한국인 피랍 사건도 노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피랍 사건으로 정부가 비상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8.15 특사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불거질 경우 정부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7월 17일 제헌절을 맞아 발표한 글에서도 "사회적 요구를 내세워 사면을 건의하는 여론이 높아졌다가 막상 사면을 하면 정치적 비난이 높아지는 우리 사회의 이중성이 문제"라며 사면권 행사를 둘러싼 논란에 부담이 작지않음을 토로한 일이 있다.

노 대통령은 취임한 뒤 매년 8.15 특사를 단행해 왔다. 경제인들에 대한 특별사면과 복권을 건의해 온 경제계는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사면.복권 요청 경제인 중엔 대우 사태와 관련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과 강병호 전 대우사장, 장병주 전 대우사장이 포함됐다.

분식회계 혐의를 받은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 김윤규 전 현대건설 사장의 이름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 측근으로 알려진 문병욱 썬앤문 그룹 회장,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도 들어 있다.

청와대는 임기 말 마지막 특사 가능성까지 닫지는 않았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대선이 끝난 뒤 연말이나 내년 초에 국민 화합 차원에서 특별사면을 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박승희 기자

바로잡습니다 기업인 사면.복권 청원 명단을 작성한 대한상공회의소는 "당초 명단에 올렸던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사면.복권이 필요 없는 벌금형으로 확인돼 최종 청원 대상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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