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빌미 환경훼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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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자당이 상수원보호구역 등의 공장설립 허가권을 지방자치단체장의 재량에 맡기는 입법을 서두른 것은 환경보호라는 국가적 목표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낸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난 15일 국회상공자원위에서 전격 통관된 민자당의 의원입법법안인 「기업활동규제 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안」 원안 가운데 문제된 부분은 제6조다. 이 조항은 환경정책기본법 등 환경관련법규들이 공장설립을 금하고 있는 상수원보호구역 등에 대해 시장·군수가 공장설립금지지역을 다시 지정토록 하고 지정되지 않은 곳에는 공장설립을 허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뒤늦게 이 원안의 제6조2항에 문제가 제기되자 상위에서 다시 수정·보완키로 민자당이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당초 민자당이 이 법안을 관련부서와의 협의도 없이 전격 상정해 통과시킨 것을 보면 이 법안이 갖는 환경훼손과 상수원 오염 가능성이라는 독소에 대한 반발을 미리 예상했던 것같다. 국민의 건강을 해치고 환경을 훼손할 것이 뻔한 법안을 국민이나 관련기관도 모르게 입법하려는 발상은 너무 일방적이다.
지방자치제 실시에 따른 지방재정의 허약성이나 기업들의 공장부지 확보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의 식수원에 대한 분명한 위해를 묵살하면서까지 이런 환경훼손조항을 입법예고에 의한 국민의 여론수렴이나 관계부처와의 협의 한번 없이 통과시키려고 한 것은 잘못된 발상임이 분명하다. 이 법안의 명령을 「특별조치법」으로 하여 이 법이 모든 환경관련법규에 앞서 적용되도록 한 점도 문제다. 환경정책기본법에 들어 있는 환경영향평가 의무규정과 상수원보호특별대책지역의 유지도 무산될 염려가 있다. 자연환경의 보존과 국민건강의 보호를 위한 여러가지 법적 규정을 사문화시킬 위험이 있는 것이다.
이 법안의 수정안 마련에 앞서 정부 관련부서와의 협의와 국민의사의 수렴과정을 거치는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수순을 밟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절대적인 환경지상주의만을 옳다고 보지는 않는다. 개발과 환경보호가 균형된 발전을 기하도록 우리는 주장해 왔다.
공장설립은 가급적 쉽게 해야겠지만 구태여 상수원을 희생하면서까지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 문제에는 환경처가 「사전에 몰랐다」는 변명만 넉두리처럼 늘어놓을게 아니라 앞장서서 시비를 자임해야 할 것이다.
상수원의 오염위험을 외면하고 상수원 보호구역 안의 공장설립권을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위임한다는 것은 국민건강에 대한 위해의 가능성을 한층 증폭시키게 된다.
행정규제의 완화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완화의 기준은 국민의 공익에 두는 것이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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