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통분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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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문>27세 된 임신 8개월의 초산부다. 마취를 통해 아프지 않게 분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데 어떤 것인지 알고 싶다. 또 태아에게 나쁜 영향은 없는지도 궁금하다.

<답>아기를 아프게 낳아야 정이 든다며 분만 때 진통을 당연시하는 그릇된 풍조가 아직도 남아 있다. 이미 현대의학은 산모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아무런 아픔 없이 기쁜 마음으로 맞이하는 것을 가능케 하고 있다.
실제로 구미 지역에선 대부분의 산모가 마취를 통한 무통분만법으로 아기를 낳는다.
흔히 제왕절개술과 혼동을 일으키는데 이 방법은 자궁에 일절 칼을 대지 않으며 보통분만과정과 똑같다.
다만 마취과 의사에 의해 산모 허리 부위 피부에 약 5㎝ 깊이로 마취제를 주입할 도관을 삽입하는 과정이 20분 남짓 추가될 뿐이다.
등뼈를 따라 내려가는 신경을 둘러싸는 경막 바깥에 부드러운 폴리비닐 도관으로 국소마취제를 넣어 마취하는 것이 이 방법의 원리로 흉터도 생기지 않는다.
이것은 ▲배꼽 아래 부위의 통증 신경만 억제하고 운동 신경은 그대로 남아 아기를 낳을 때 원하는 대로 힘을 줄 수 있으며 ▲전신 마취와는 달리 의식이 있기 때문에 아기의 첫울음소리를 듣는 기쁨을 누릴 수 있고 ▲진통 기간이 불규칙하거나 길더라도 이미 삽입한 도관을 통해 얼마든지 간편하게 마취가 되는 장점이 있다.
건강한 보통 산모라면 누구에게나 할 수 있으며 부작용으론 경막을 뚫어 두통이 생기거나 시술 부위의 감염·출혈 등이 있을 수 있으나 극히 드문 일이므로 염려할 바 못된다.
이 방법은 태어나는 아기에게도 안전하며 과도한 통증으로 생길 수 있는 자궁 혈류 감소나 자궁 수축의 이상은 물론 산모의 과호흡으로 인한 태아의 저산소증·산혈증도 막을 수 있어 오히려 정상 분만에 비해 이로운 점이 있다. 현재 우리 나라 종합 병원에선 산부인과 의사와 마취과 의사의 협조 하에 산모가 원하면 언제든지 시술 가능하며 비용은 일반 정상 분만에 5만∼6만원 정도가 더 추가된다. 【정리=홍혜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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