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정 현 중수부장|비리있는 곳 어디든 「칼」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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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경제를 살리고 사회를 맑게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성역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사정활동의 방향에 따라 비리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사정의 칼을 대겠습니다.』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수행중인 김태정 대검 중수부장(51)은 요즘 눈코 뜰새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총장의 특명사건을 수사하는 본연의 임무외에 각종정보를 수집하랴, 전국 각 지검의 특수부를 지휘하랴 하루도 영일이 없기 때문이다.
김부장은 사정 정국이 얼마나 오래갈 것 같으냐는 질문에 『사정 정국이라는 말 자체가 이상하다』며 『사정이란 결국 부정부패가 없는 깨끗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궁극적으로 국민들을 편하고 잘살게 하는 것이므로 당연히 정부의 사정활동은 꾸준히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70년 대구지검 영덕지청검사로 부임한 김부장은 74년 국내 최초로 딱지어음 사기단 사건으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한 이후 특수부 검사로서 두각을 나타냈다.
82년12월 삼보증권의 2백억원 공금유용사건에 착수, 혐의를 밝혀냈으나 경제적파장을 감안해 내사종결한것은 경제수사의 백미라는 칭찬을 듣기도 했던 김부장은 『초임검사 시절인 72년 경북 울진에서 생아편 단속을 위해 8백여m 골짜기를 누비며 생사의 고비를 넘겼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 이라고 회상했다.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김부장은 『사건이 꼬여 피가 마를 때면 기도하고 싶은 심정이 된다』 고 말했다.
사정의 주도권을 놓고 감사원과 검찰의 껄끄러운 관계에 대해 김부장은 『사정기관마다 고유 영역이 있으며 감사원은 감사기관으로서, 중수부는 수사기관으로서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서로 보완적인 기관』이라며 『그러나 조화를 이루면서도 중복사정을 피하도록 활발한 공조체제를 이루는 것이 급선무』 라고 강조했다.
「성실」이 좌우명인 김부장은 『중수부장으로 일하면서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국가적사업에 나름대로 일조했다는 얘기를 듣는 것이 유일한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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