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복싱 채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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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아마복싱에선 상대에게 다운을 빼앗고도 판정에서 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 규칙을 잘 모르는 팬들을 어리둥절케 한다.
이는 아마의 채점방식이 프로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아마의 경우 다운은 정확한 유효타 1개로 1득점에 그치지만 흥미를 중시하는 프로에선 보통 2점차 이상이 나게 마련이다.
컴퓨터를 도입해 보다 복잡해진 아마의 채점방식은 어떤 것이며, 또 프로와는 어떻게 다른 것일까.
88년 서울올림픽까지 아마의 승패는 부심 5명의 판정으로 가려졌다.
즉 5-0, 4-1, 3-2의 세가지 채점만으로 무승부는 없었다.
그러나 서울올림픽에서의 판정시비 등 링 소란이 그치지 않아 이미지실추는 물론 올림픽 종목으로서의 존속여부마저 거론되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자 국제복싱연맹(AIBA)은 자구책마련에 부심, 컴퓨터 채점제를 도입케 됐다.
이는 5명의 부심이 링사이드의 책상위에 놓인 컴퓨터 버튼을 눌러 채점하는 것이다.
유효타를 터뜨린 선수측의 버튼을 누르면 되는 것으로 심판매수 등의 부정이 개입할 여지를 없앴다는게 AIBA의 주장.
동점일 경우엔 총 유효타를 합산, 승패를 가린다.
그러나 이 컴퓨터 채점제는 5명의 부심중 3명 이상이 1초 이내에 같은 버튼을 눌러야 득점과 연결되는 것으로 시간상으로 조금만 늦으면 점수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왕왕 발생, 선수들의 불만을 사고있다. 또 나이 지긋한 원로심판들은 손동작이 더뎌 채점하기 곤란하다는 엉뚱한 여론으로 예전에 없던 60세 정년제가 도입돼 링을 떠나는 비운을 맞기도 했다.
이에 반해 프로는 12회까지 매 라운드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채점하는데 우세했다고 여겨지는 라운드는 10-9, 다운 등을 빼앗으며 월등한 경기를 펼쳤을 땐 10-8의 채점이 주어진다.
일방적인 라운드는 10-7로도 채점하나 10-6이하의 점수는 없다.
한편 아마에서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켰을 때는 RSC(프로에서는 TKO), 세컨에서 수건 등을 던져 경기를 포기했을 땐 RET의 판정이 내려지는데 이는 모두 넓은 의미의 KO다. <유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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