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열며] 중국 '기회이자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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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해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시장이 됐다. 통관을 기준으로 한 잠정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對中) 수출은 3백57억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8.4%였다. 반면 미국 수출 비중은 17.6%고 일본의 경우는 8.9%였다. 더 눈에 띄는 것은 대중 수출의 증가세다. 최근 2~3년간 매년 30~40% 팽창했고 지난해엔 50% 이상 늘어났다. 그 덕에 대중 수출의 비중은 2001년 대일(對日) 수출에 이어 3위였지만 2년 만에 일본과 미국을 제쳤다.

중국과의 무역이 늘기는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의 교역대상으로서 중국의 비중은 현재 미국에 이어 2위다. 중.일의 교역규모는 앞으로 10년 안에 연간 1천8백억달러쯤으로 늘어 미.일 간 교역규모를 능가하리란 예측이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최근 이 같은 사실을 지적하면서 중국과의 무역을 일본 재생의 실마리로 삼으라고 촉구했다.

홍콩을 포함하면 중국과의 교역에서 연간 21억달러 흑자를 보는 데다 중국의 대일 수출 가운데 절반은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이 모기업에 역수출하는 경우다. 다시 말해 중국은 일본 기업의 비용 절감장치며, 가격경쟁력의 원동력인 것이다. 이 같은 사정은 서구기업도 마찬가지여서 중국을 활용하지 않고는 무역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없다고 한다. 또 일본과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품목 1만가지를 조사해 보니 오직 16%만이 경합을 벌였다. 중국 위협론은 근거없다는 얘기다. 나아가 최근 중국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일본의 가전제품에 대한 수요까지 일기 시작했으니 중국을 잘 활용해 일본 경제를 살려내자는 충고다.

미국의 콜린 파월 국무부 장관은 지난해 말 미.중관계를 언급하며 수교 이래 지금처럼 양국 관계가 좋았던 적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현 부시 행정부의 이념적 골간을 뒷받침하는 신보수주의자들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다. 로버트 케이건은 최근 'Of Paradise and Power'(번역본은 '미국 VS 유럽')라는 저서에서 "20년 내에 미국은 어떤 형태로든 중국과 충돌하지 않을 수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바로 그런 우려가 미국이 군사력을 더욱 첨단화하려는,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숨은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술 더떠 중국이 '전략적 도전'이라는 사실은 클린턴 행정부 때부터 이미 미 정부의 주요 고려사항이었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테러와의 전쟁 때문에 겨를이 없지만 중국은 미국인들의 마음 속에 가장 큰 숙제라는 얘기다.

반면 중국의 대미 외교는 '타오광양후이(韜光養晦)'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이 했다는 이 얘기는 재주를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에 실린 한 칼럼에 따르면 중국은 과거를 돌아보며 미국과 소련이 냉전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일까를 연구 중이라고 한다. 중국이 머지않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텐데 공연히 미국을 자극해 제2의 소련이 되지 않겠다는 심산이란다. 그러나 대만이 3월 총통선거에서 독립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가시화한다면 중국으로선 대단히 곤란해진다. 현재의 경제적 번영을 포기하고 미국과 충돌해야 하는 상황으로 급작스레 내몰리기 때문이다.

중국은 우리에게 경제적으론 엄청난 기회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는 더 엄혹한 도전이다. 미국과 중국이 충돌하면 한반도는 그 여진에 직접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북한 핵 문제를 끼어 넣거나 말거나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재학 국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