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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여행의 자유보다 국민의 안전이 우선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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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정부의 사전 허가 없이 입국할 경우 처벌을 받게 되는 법률상의 여행금지국을 지정하려던 정부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지난 주말 여권심의위원회를 열어 아프가니스탄·이라크·소말리아 등 3개국을 최근 발효된 새 여권법 시행령에 따른 여행금지국으로 지정하려 했으나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일부 위원들의 반발로 보류됐다.
 일부 민간위원들은 헌법 37조 2항을 들어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제한은 엄격한 기준에 따라 극히 예외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며 여행금지국 지정에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고 한다. 반면 정부 측 위원들은 어떤 경우에도 국민의 생명 보호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의견에도 일리가 없진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정부 쪽 주장이 맞다고 본다.

 여행금지국 지정 문제가 새삼 관심을 끄는 것은 22명의 한국인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억류돼 있는 아프간 사태 때문이다. 인질로 잡힌 한국인들은 정부의 여행 제한 경고를 무시하고 현지에 갔다가 불의의 사태를 당했다. 그러나 이번 경우에서 보듯 사태 해결의 책임은 결국 정부 몫이다. 결과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지 못하면서 기본권만 내세우는 것은 무리다. 오로지 국민의 안전을 목적으로 정부가 여행 대상국을 일부 제한하는 것을 여행이나 거주 이전의 자유 차원에서만 접근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여행금지국 무단 입국 시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여권법 시행령을 개정한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외교통상부는 이미 여행 유의·자제·제한·금지 등 4단계 여행경보제도를 자체 시행하고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나라가 62개국이나 된다. 자칫 여행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는 만큼 여행금지국 지정은 현지 정세와 상대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해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는 있다. 그렇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전이다. 생명보다 소중한 자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