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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하달」식 감사 안한다”/이회창 감사원장 일문일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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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검찰수사 의식않고 독립 감사/과거 비리 조사는 정치보복 아니다
이회창감사원장이 4일 감사원의 「독립」을 재차 천명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전날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자청했었다. 그리곤 하루종일 발표문을 구상하고 직접 썼다. 이 원장 발표문의 요점은 세가지.
첫째,사정업무를 교통정리하기 위해 어떤 지휘체계속에 감사원을 집어넣어 상명하달식의 「기획사정」을 해야한다는 견해에는 찬성할 수 없다.
둘째,감사원과 검찰 등의 사정이 중복된다는 비판이 있으나 검찰수사와 감사원감사는 본질적으로 다르니 역할조정은 불가능하다. 감사원은 검찰수사와 상관없이 사정을 계속할 것이다.
셋째,군·금융계·세무서 등에 대한 감사를 「과거정권에 대한 보복」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으나 감사원은 그 누구의 지시를 받아 과거비리를 캐는 기관이 아니다. 감사원은 현정권이 관련된 사안이라도 똑같이 감사할 것이다.
○「기획사정」에는 반대
셋째 항목의 성역없는 감사는 이 원장이 계속 강조해온 것이어서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그러나 「독립사정」은 시기적으로 주목할만한 의미를 담고 있다.
청와대는 7일 민정수석비서실 주재로 감사원·검찰·경찰·국세청 등이 참여하는 사정기관 협의회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이 원장은 일문일답에서 자신의 소신표명이 사정기관협의회와는 관계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정부내에서 상명하달식의 「기획사정」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있는가. 왜 이 부분을 언급했나.
『사정이 중복되고 경쟁적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일부 여론에서 그런 인식이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겨져 얘기한 것이다. 정부내에 그런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정협의회는 필요하므로 사무총장이 참석할 것이다.』
­청와대에서는 금융기관 사정을 중단하겠다고 했는데….
『비리를 조사하는 직무감찰은 이제 끝났다. 그러나 회계감사를 위주로 하는 정기감사는 연초 계획에 따라 계속 진행할 것이다.』
­부정방지위에서 마련중인 금융비리방지를 위한 제도의 내용은.
『소위에서 계획한 안은 위원회 검토를 거쳐야 한다. 추상적으로 얘기하자면 현재와 같은 일시적인 전면감사보다는 지속적으로 비리원인을 찾아내고 부정을 밝힐 수 있는 감사기법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본다.』
­감사원 내부에 대한 자체사정 계획은….
『지금까지 매년 자체감사를 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수시로 자체감찰활동을 벌여 적절치 않거나 품위상 그대로 둘 수 없는 행위가 적발될 경우 자체처리할 방침이다.』
­감사원이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감사할 수 있는가.
『국가기관과 정부투자기관 및 출연기관 등이 법이 정한 감사원의 직접 감사대상이나 이들 기관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민간기업이나 인물 등에 대해서도 출석요구·질문·협조를 요청할 수 있도록 법이 정하고 있다.』
­세무서에 대한 특별감사내용은.
『지난번 9개 세무서에 대해 3차에 걸쳐 계통감사를 했던 것은 여러 재산세의 처리과정에 국한했던 것이다. 특별감사는 지방청별로 몇군데의 세무서를 잡아 모든 세무처리과정에서 보다 근원적인 문제점을 찾아내고 개선책을 마련해보자는 것이다.』
­일부 금융계인사에 대한 예금계좌 추적이 물의를 야기했는데.
『율곡사업과 관련해서는 전혀 예금계좌를 추적한바 없다. 다만 은행감독원이 국책은행 임직원의 비리행위를 제대로 조사했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자료로 해당은행 임직원들의 가명·익명계좌로 추정되는 1백14명의 계좌에 대해 자료제출을 요구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시에 너무 많은 자료를 요구했던 것은 방법적으로 적절치 못했다고 생각한다.』
­국책은행에 대한 감사는 산업은행으로 끝나는가.
『그렇다.』
­김영삼대통령과 몇차례 만났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감사원의 감사방향과 관련해 어떤 지시를 받았는가.
『감사원법에 의해 최고통수권자에게 감사결과를 수시 보고해야하는 기능이 있다. 그러나 구체적인 직무내용에 관해 대통령이 지시한 바는 없다.』
○대통령 지시는 없었다
­금융계에 대한 지속적이고 효율적인 감사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은 청와대가 금융계에 대한 사정은 더이상 없다고 밝힌 것과 상치되는 것은 아닌가.
『미국의 회계검사원(GAO)의 명칭은 회계감사기구이나 기능은 우리의 감사원과 비슷하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처럼 일시에 조사를 벌여 감사기관이나 감사대상기관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않고 항상 감사대상기관의 업무를 파악하고 필요한 자료를 보고받아 감사대상기관의 정당한 업무추진을 촉진하고 있다. 우리도 그런 것을 계발하고 본뜨려고 방안을 강구중이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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