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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북카페] 추천 금융 상품 마냥 믿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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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금융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송승용 외 지음, 웅진윙스, 264쪽, 1만2000원

주식시장이 좋다고 해서 몇 달 전 주식형 펀드를 들기 위해 은행 창구를 찾았다.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고 싶다고 말하자 담당 직원은 대뜸 해외펀드를 추천했다. 중국이나 인도, 베트남 등의 증시가 좋다는 이유에서였다. 솔깃했다. 고민 끝에 그러나, 당초 결정한 대로 국내 펀드에 들었다. 몇 달 뒤 이 책을 읽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똑같은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금융사 직원들이 해외펀드를 권하는 건 고객에게 보탬이 돼서가 아니라 “수수료가 연 3% 내외로 국내 펀드보다 비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은이들은 이처럼 금융사를 절대로 믿지 말라고 강조한다. 금융사 직원들은 “금융상품을 아무렇게나 판매하고 권한다”면서. 운용 성과에 관계없이 같은 그룹의 계열사 상품과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적극 추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금융사 직원들이 추천하는 상품이면 믿을만하다는 생각 자체를 버리라고 충고한다. “소비자 스스로 공부하고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상품을 살 때도 직원들에게 꼬치꼬치 캐물으라, 수수료 안에 상담료도 포함돼있으니 그렇게 할 권리가 있다고 역설한다.

이 책은 여러 가지 재테크 기법도 전수해주고 있다. 펀드에 가입하려면 펀드 평가사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하는 펀드나 운용사의 대표 펀드가 안전하다고 한다. 좋은 펀드를 고를 자신이 없다면, 요즘처럼 증시가 좋을 때는 주가지수만큼 오르는 인덱스 펀드를 사라고 추천한다. 적립식 채권형 펀드는 매력이 없으며, 이걸 들 바에는 차라리 은행의 세금우대 적금에 드는 게 낫다고 한다.

종신보험과 같은 보장성 보험으로 목돈 만들 생각은 아예 버리라고 한다. 물가상승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다. 실버보험에 들지 말고 “차라리 그 돈을 매달 부모님께 용돈으로 드리는 것이 현명”하며 “홈쇼핑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건 정말 신중해야 한다”고도 강조한다. 신용카드사들이 ‘유혹’하는 리볼빙 카드는 사용하지 말고, 소득공제를 받으려고 카드를 쓰는 것보다 현금 할인 구매가 더 나은 경우가 많다고 충고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별 생각 없이 금융상품을 샀던, 자신의 ‘무지’에 화가 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게 이 책의 장점이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별로 가르쳐주진 않지만 갖고 있는 돈을 낭비하지 않는 길은 제대로 가르쳐주고 있다. 다만 같은 내용을 중언부언하는 건 옥의 티다. 가령 해외펀드가 바람직하지 않다거나 금융사 직원들이 수수료가 높은 상품을 권한다는, 똑같은 얘기가 서너 차례 반복된다. 강조하기 위한 전략일수도 있지만 오히려 읽는 데 방해가 되는 느낌이다.

김영욱 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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