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는 「내집마련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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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집없는 설움도 큰데 입주거부라니 말이나 됩니까.』
서울강서구의회 시민보건위원회가 생활보호대상자들의 가양·방화지구 영구임대아파트 입주반대 결의안을 채택한 22일 이 아파트 입주대상인 한 주부는 『구의회가 주민입주까지 막는 초법적권한을 갖고 있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나 강서구의회 본회는 다음날인 23일 시민보건위가 상정한 문제의 안건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다른지역 생활보호대상자가 집단으로 가양·방화지구 영구임대아파트로 이주하면 인구증가에 따른 행정비 추가부담과 취로사업비등 각종지원금이 늘어 구살림살이가 궁색해지는 것이 입주반대의 배경이었다.
지방자치제 실시이후 두드러지기 시작한 지역이기주의가 전례없는 생활보호대상자 입주반대를 결의하는 사태까지 몰고 온 것이다.
이같은 지역이기주의가 계속된다면 앞으로 서울은 「부자구」와 「생보자구」로 나뉘어질 판이다.
서울시 도시개발공사는 택지개발지구인 수서·가양·방화·등촌지구등에 7∼25평규모의 소형아파트만을 짓고 있으며 건설아파트중 30%정도를 생활보호대상자등을 위한 영구임대아파트로 공급하는등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을 실현시키고 있다.
특히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조성이 가장 먼저 이뤄진 노원구 관내에는 현재 생활보호대상가구가 강서구의 3배정도인 9천79가구가 있고 강남구에도 강서구보다 많은 4천5백65가구가 있다.
만약 강서구의회처럼 이들 구의회에서도 생활보호대상자등 서민들의 입주를 반대했을 경우 집 없는 서민들은 서울 하늘아래 어느 곳에서 내집마련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인가. <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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