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이상 재산공개 싸고 “시끌”/청와대·민자 불가피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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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주춤하다 대통령뜻 따라 “강행”/“일부 공직사회도 정치권 못잖게 부패”
김영삼대통령이 『이번 임시국회내에 공직자윤리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단언(22일) 하자 민자당은 화들짝 놀라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23일 오후 김종필대표는 당정치특위의 남재두 1분과위원장 등 관계자를 불러 공직자윤리법개정안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강재섭대변인은 이 회의결과를 곧바로 기자들에게 발표했다.
강 대변인은 『오늘 결론이 난 것은 아니다』면서도 『4급이상 공무원은 재산을 등록하고 1급이상은 공개하자는 안이 주류를 이루었다』고 밝혔다.
하루전만 해도 민자당의 황명수총장·김영구총무는 시한에 얽매이지 않고 법안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재산공개를 꼭 해야 하느냐는 투로 말했다. 이때문에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을 방침이라는 「오해」를 자초했다. 그러던 것이 23일에는 『당내에 재산을 재공개하지 말자는 사람은 한명도 없다』(황 총장)고 공언하는 분위기로 돌변했다.
당내에는 국회의원과 차관급이상만 재산을 공개했는데도 엄청난 파문이 일었고 몇명은 목이 달아났는데 어쩌려고 공개범위를 더 넓히려는지 모르겠다는 불평이 여전히 잠복해있다. 당·정·군과 사법부 등 지도층 전체가 흔들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많다.
그러나 반대로 민자당이 재산공개 대상자의 범위를 되도록 넓힘으로써 공개에 따른 파문이 희석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재산공개를 걱정하는 소리에 대해 김덕룡정무1장관 등 개혁추진 주류의 반론은 확고하다. 김 장관은 23일 『한마리의 나비가 탄생하기까지는 오랜 고통이 뒤따르게 마련』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또 『중단없이 개혁해야 한다. 당도 개혁을 뒷받침하는 자세를 한층 더 가다듬어야 한다』며 한 인사로부터 들었다는 농담을 소개했다. 『어떤 이가 나에게 그러더라. 김 대통령이 개혁을 시작하자 처음에는 「5개월만 참으면 끝날 것」이라는 말들을 했다고. 그러나 지금은 「5년만 참자」고들 한다더라.』
민자당내 주류는 또 공직사회 일부가 정치권 못지 않게 부패해 있다고 믿고있다.
때문에 행정부 공직자들이 행여 『덤으로 걸려들었다』고 생각한다면 큰 오해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공식 입장은 「지난번 공개는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정치적 공개에 불과하므로 우선 법을 개정하고 그에 따라 전면 재공개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3급이상 공개,6급이상 등록을 요점으로 한 윤리법개정안을 이미 마련했다.
민주당내에서는 『추가공개가 이루어질 경우 관료조직에 큰 파장이 따를 것으로 우려되나 역사발전을 위해서는 한차례 아픔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부영최고위원)이라는 의견이 「공식적」이다. 그러나 대세에 떼밀려가면서 전전긍긍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는 민자당과 마찬가지다. 양당 모두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명분과 실질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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