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내빈 한국육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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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외화내빈(외화내빈)이란 말처럼 오늘날 한국육상의 현실을 잘 대변하는 말도 없을 것이다.
한국육상은 지난해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황영조(황영조)가 금메달을 따낸 것을 비롯해 김재룡(김재룡) 김완기(김완기)가 잇따라 뉴욕·보스턴마라톤에서 2, 3위를 차지하는 등 국제적으로 큰 성가를 얻고 있다.
사마란치 IOC위원장 마저 오는8월 슈투트가르트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한국의 마라톤대표들을 꼭 보내달라는 말을 할 정도로 한국육상은 국제무대의 필요한 존재로 부각됐다. 웬만큼 권위있는 국제마라톤대회에 참가만 해도 수만달러씩의 초청금을 받는 위치로 올라섰다. 모두 전에 없던 일들이다.
그러나 한국육상은 안으로는 곪아 들어가고 있다. 최근 한두해 사이에 6∼7개 실업팀들이 무더기로 해체되거나 해체위기를 맞는가 하면 올림픽 금메달이후 유행가처럼 번지고 있는 조깅코스하나 마련되지 않고 있다.
유원건설·진로·동양나일론·국제상사·한국유리·논노·쌍방울·대구은행 등이 수년째 선수들을 뽑지 않는 등 해체상태에 있다.
갑작스런 팀 해체에 따른 사회적 비난을 모면하기 위한 방편으로 선수스카우트를 포기한 채 수년째 방치하는 수법이 육상에서도 판치고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명실상부한 실업팀은 체전용으로 운영중인 시청(도청) 팀들을 제외하면 코오롱· 한국전력 두팀 뿐이다.
지난해 귀뚜라미보일러팀이 창단되기는 했으나 출범초기의 의욕은 간 곳이 없고 숙소도 없이 선수 두명만으로 썰렁하게 운영돼 싹수가 노랗다는 지적이다. 또한 마라톤의 필수인 전용 조깅코스가 하나도 없어 각 팀은 선수를 데리고 한적한 시골길을 찾기도 하고 일부는 교통사고 위험을 무릅쓰고 공해에 찌든 도심 아스팔트를 질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육상연맹은 이중 어느 것도 해결할 수 없다는데 고민이 있다. <신동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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