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열린당' 색깔 빼기 딜레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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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낮 통합민주당 박상천 대표는 당의 주된 지지기반인 광주를 방문했다. '86석 신당'(가칭 미래창조대통합신당)이 범여권의 중심세력으로 떠오르는 등 범여권 내 세력 판도가 급변하면서 당내 이탈을 막기 위한 집안 단속의 성격이 짙었다. 당원.대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박 대표는 "탈당은 민주당에 대한 배신행위이며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김홍업 .유선호 의원과 박준영 전남지사, 박광태 광주시장 등은 이날 오후 탈당을 강행했다.

박상천 중도통합민주당 대표가 25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광주·전남 단체장 및 광역·기초의원, 당직자 간담회 도중 물을 마시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김 의원은 4.25 보궐선거를 통해 민주당 공천으로 당선된 지 꼭 3개월 만에, 유 의원은 민주당에 입당한 지 50여 일 만에 당적을 정리한 것이다. 이날 간담회장에선 중량감 있는 지역 인사들의 얼굴을 찾기 힘들었다. 광주 시내 5명의 구청장 중 전갑길 광산구청장만이 참석했고, 광역의원도 10명을 넘지 못했다.

신당파는 이때를 놓치지 않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은 회동을 하고 박 대표의 대승적 참여와 결단을 재차 주문한 뒤 이를 위한 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손 전 지사는 비공개리에 김대중(DJ) 전 대통령 측 인사도 만나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26일 박 대표를 만나 신당 참여를 설득할 예정이다.

신당파의 이 같은 안간힘은 오로지 한 가지 목적 때문이다. 신당 창당준비위 단계에서부터 논란이 가시지 않는 '열린우리당 색깔 빼기'다. 통합민주당의 참여 없이는 말만 대통합신당일 뿐 '도로 열린우리당'이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준비위원장 6명 중 열린우리당 출신 인사를 2명(정대철.김한길)으로 줄이고 시민사회 인사 3명(오충일.김호진.김상희), 민주당 출신 인사 1명(정균환)을 내세웠지만 86명의 의원 중 열린우리당 당적을 보유하지 않았던 의원은 민주당 출신 김효석.이낙연.채일병.김홍업 의원 등 4명뿐이다.

다음달 5일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대거 동참하게 될 경우 신당의 열린우리당 색깔은 더욱 짙어진다. 새로운 세력이라고는 한나라당에 있었던 손 전 지사의 참여가 유일하다. 시민단체도 함께했다지만 이들의 대표 후보 격인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신당 참여 대신 '창조한국'이라는 조직을 기반으로 독자 세력화에 나서고 있다.

더군다나 '열린우리당 유전자'에 대한 원죄 논란은 신당파 내부에서도 여전히 '딜레마'인 상황이다. 신당과 열린우리당의 당 대 당 통합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과의 당 대 당 통합으론 성공하지 못한다"(천정배 의원)거나 "열린우리당이 지금 무슨 가치가 있다고 당 대 당에 집착하느냐"(문학진 의원)는 말들이 나왔다. 그러나 유시민 의원 등 친노(親노무현) 세력은 "당 대 당 통합이 참여의 마지노선"이라는 정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범여권 내부에선 정세균 열린우리당 의장이 당을 대표해 열린우리당의 창당 과정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민주당 등이 이를 정치적 선언으로 받아들여 합당에 동의하는 방식이 해결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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