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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고교수준 야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북한에서는 야구가 축구다음의 인기종목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야구는 역사가 짧은 만큼 선수층이 엷은데다 기본기를 제대로 닦지 못해 힘으로 버틴다. 때문에 아직 선수들의 기스톤플레이나 번트 등이 엉성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대표팀 주전투수즈조 타자앞에서 뚝 떨어지는 싱커볼등 커브는 잘 구사하지 못한다.
그만큼 북한야구는 투박하고 볼품이 없다.
91년 국제무대에 첫선을 보인 대표팀 실력은 우리와 두차례 경기에서 모두 7회 콜드게임패를 당했을 정도.
굳이 우리와 견주면 고교팀 수준이라고 야구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북한야구는 무엇보다 김정일이 각별히 관심을 갖는 종목인데다 최근 일본코치영입계약을 맺는 등 전력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북한이 야구를 들여온 것은 지난 87년. 당시 북한을 방문한 쿠바 카스트로 대통령의 권유로 고등중학교등에 본격 보급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맹방인 쿠바가 세계아마야구의 패자이고, 중국과 소련이 야구보급에 나섰던 상황도 자극제가 됐다.
90년에는 아시아야구연맹(BFA)과 국제야구연맹(IBA)에 정식으로 가입했다.
현재 야구팀 수는 대학 12개, 고등중학교 50여개, 성인 10개팀이 있다고 전해진다.
성인팀은 다시 평양기관차 등 직장팀과 지역팀으로 운영된다.
선수들은 대개 육상 등 다른 종목에서 활약하다 기능테스트를 받은 다음 야구에 입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구선수는 군입대 대상에서 빠지기 때문에 일반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야구협회 관계자·코치는 물론 협회장 김희수·대표팀감독 김청길 (50·평양기관차감독) 등 북송교포 일색.
특히 북한야구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재일교포 정원덕씨는 장비는 물론 선수들 해외원정경비를 도맡아 북한야구의 재정적 대부로 통한다.
그만큼 북한야구는 북송교포가 주무르고 있는 셈.
따라서 북한야구도 초창기의 쿠바 「힘 야구」를 본뜨다 자연히 일본 「기술야구」 쪽으로 기울었다는 게 야구관계자들의 얘기다.
올해는 일본 프로야구팀주니치 드래곤스에서 활약한 시로미치 수지아를 코치로 영입, 대표팀을 맡길 계획으로 있다.
국내경기는 매년4월 만경대배대회·10월 인민체육대회 등 2차례 실시하고 있는데 평양기관차가 최강팀으로 꼽힌다.
전용구장은 아직 없고 현재 평양의 청춘거리에 「평양야구장」이 건설중이라고 전해진다.
91년 9월에 착공된 이 구장에는 북한 제일의 건설단인 남포시청년건설여단이 투입돼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태.
좌·우측펜스 1백m, 센터 1백25m 크기로 관중석은 1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다.
야구장 주변에는 이밖에 소프트볼 경기장과 실내연습장도 함께 짓고있어 청춘거리는 북한야구의 메카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기희수 야구협회장이 평양야구장 건설본부장도 겸임하고 있는 점이라 하겠다.
한편 올 2월 호주 퍼스시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에서 북한대표팀은 우리한테 10대0, 7회 콜드게임패를 당했다. <통일부=김국후·전영구·오영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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