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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중견기업] 여성복 업체 아이올리 “패스트 패션 선두주자 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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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패스트 패션의 선두주자가 되겠습니다.” 여성복 제조업체 아이올리의 최윤준 사장이 서울 논현동 본사의 전시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형수 기자

 여성복 제조업체 아이올리는 지난해 992억원어치의 옷을 팔았다. 여성복만 만드는 의류 회사로는 한섬 다음으로 높은 매출이다. 설립 8년 만에 거둔 성과다. 최윤준(40)사장이 이 회사를 세운 것은 서른 두 살 때였던 1999년. 물려받은 게 많아서 사업을 한 게 아니라 그야말로 밑바닥부터 시작해 창업한 것이다. 그는 집안이 어려워 한국에서 대학에 갈 형편이 못 되자 스무 살에 돈을 벌기 위해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의 첫 직장은 한국과 주로 거래하는 무역 상사로 이 곳에서 의류 검품 아르바이트를 했다.

한국에서 들여온 OEM(주문자 상표부착 생산) 의류를 살피며 지퍼는 제대로 달렸는지, 실밥이 튿어진 곳은 없는지를 체크하는 것이 그가 처음 맡은 일이었다.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닛폰대학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다. 일본어와 한국어를 잘 하고 성실하다는 점을 인정받아 일거리가 다양해졌다. 나중엔 OEM 생산 공장을 섭외하고 주문을 처리하는 핵심 업무를 맡게 됐다. 이 때 쌓은 인맥을 밑천으로 그는 97년 무역회사 ‘자스펠’을 차렸다. 창업 자금은 회사 생활을 하며 모은 3000만원이 전부였다.

 외환위기는 수출을 주로 하는 무역 회사에는 큰 기회였다. 원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납품 대금은 엔화로 받고 공장에는 원화로 결재를 하며 막대한 환차익을 올릴 수 있었다. 2년 만에 수십억원의 자금이 생기자 그는 의류 제조업을 할 결심을 했다. 국내뿐 아니라 중국까지 생산 공장은 훤하게 꿰고 있었기에 싸고 빠르게 옷을 만드는 것은 자신있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배우는 데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고 최 사장은 회상했다.

99년 2월 일본의 남성 캐쥬얼 브랜드 ‘넥스트 워크 웨어’를 라이센스로 들여와 선보였지만 딱 1년 만에 브랜드를 내렸다. 40억원의 창업 자금도 허공에 날아갔다. 그는 1년 이상 패인을 분석한 뒤 세 가지 원칙을 세웠다. 의류에 가장 많은 돈을 쓰는 여성을 잡기 위해 여성복 전문업체가 되겠다는 것과, 유명 백화점이라고 해도 입지가 좋은 매장이 아니면 입점하지 않겠다는 것, 남들과 차별화된 마케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다시 디자이너들을 끌어모으고 새로운 브랜드 설립을 준비했다. 일본에서 인기를 끌던 여성복 브랜드 ‘에고이스트’를 라이센스로 들여왔다. 신규 업체가 브랜드를 새로 만들어봤자 백화점들이 알아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롯데백화점에만 입점하는 것을 전제로 유동 인구가 많은 A급 매장을 따내는 제휴를 체결했다. 1년 이상 바이어들을 쫓아다니며 공을 들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판매 직원에게 자기 회사의 옷을 입히는 방식을 택했다.

백화점 판매 직원들은 모두 유니폼을 입던 당시에 그는 판매 직원을 ‘움직이는 마네킹’으로 만드는 전략을 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입점 두 달 만에 에고이스트는 롯데백화점 본점의 매출 1위 의류 브랜드로 올라섰다.

 아이올리는 에고이스트의 성공을 발판 삼아 ‘매긴나잇브리지’(2004년)와 ‘플라스틱 아일랜드’(2006년)를 잇달아 출범했다. 2005년 진출한 미국에선 지난 2년 동안 1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올 상반기에 손익 분기점을 넘었다. 이달 초 미국 LA에 첫 직영 매장을 150평 규모로 열었다. 그는 “3년 안에 미국에 50곳 이상의 직영 매장을 여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최 사장은 “아이올리의 목표는 명품 의류업체가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대신 빠르게 유행을 쫓아가는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의 선두주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전세계가 디자인과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대에 얼마나 빠르게 움직이느냐가 패션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속도감을 잃지 않는 의류업체가 되겠다”고 말했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사진=김형수 기자 <kimh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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