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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첫 합동공연 여는 ‘인디 록 대명사’ 크라잉넛·노브레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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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모임의 명칭은 ‘작전회의’. 다음달 18일 서울 쉐라톤 워커힐호텔 수영장에서 열리는 ‘WXY 서머파티 콘서트’ 계획을 짜기 위해서다. 그룹 결성 후 처음으로 함께 무대에 오르는 그들은 콘서트에서 노래를 바꿔 부르고, 협연도 할 예정이다. 작전회의를 하는 듯하더니 자리는 어느덧 술자리로 변했다. 대화도 더욱 진솔해졌다.
 
# 라이벌? 지금부터 시작이다

 “사람들이 우리 보고 ‘라디오 스타’래. 하하하.”(크라잉넛 한경록)

 “우리 보고는 ‘말 달리자’ 불러 달래. 푸하하.”(노브레인 이성우)

  사람들이 두 그룹을 보고 헷갈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들은 활동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세상을 향해 한방 날리는 듯한 객기는 여전하다. 노브레인을 일약 스타로 만들어준 영화 ‘라디오 스타’는 사실 크라잉넛의 몫이었다. 크라잉넛이 앨범 활동 때문에 작품을 고사하면서 기회는 노브레인에게 넘어갔다. 노브레인은 능청스러운 연기와 함께 ‘넌 내게 반했어’로 대박을 터뜨렸다.

 “사실 배가 아팠어요. 성우가 마산에서 막 올라와 우리 집에서 잠깐 산 적이 있는데, 할머니가 ‘야, 쟤는 영화에도 나오고 잘나가는데 너는 뭐냐’며 제 자존심을 자극하시더라고요.”(크라잉넛 이상혁)

 “야. 너네는 그동안 돈 많이 벌었잖아. 우리도 따뜻한 햇볕 좀 쬐어 보자. 크크.”(노브레인 이성우)

 이들은 홍대 앞 클럽에서 함께 구르며 ‘미운 정 고운 정’을 쌓아 왔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경쟁자라는 의식이 똬리를 틀고 있다.

 “사실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의 격차는 컸어요. ‘라디오 스타’를 계기로 그 격차가 좁혀졌죠.”(노브레인 황현성)

 “우리가 방심한 측면이 있어요. 노브레인도 약발이 떨어지기 전에 계속 앞으로 가야 해요. 안 그러면 우리가 격차를 또 벌려 놓을 거니까. 하하하.”(크라잉넛 한경록)

 “노브레인이 그 시점에 대박을 칠 운명이었다고 봐요.‘넌 내게 반했어’를 노브레인이 불렀기 때문에 히트한 거죠.”(크라잉넛 이상혁)

 이 말에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야! 맥주 더 시켜.”

# 크라잉넛, 정신 차리지 마!

 가수 김수철은 노래에서 ‘정신 차려, 이 친구야’를 외쳤지만, 노브레인은 크라잉넛에게 그 반대를 주문했다.

 “크라잉넛 멤버들이 영원히 정신을 안 차렸으면 좋겠어요.”(노브레인 정민준)

 크라잉넛이 그들의 최대 강점인 유치 찬란함과 위트· 풍자를 잃는 순간, 자신들이 ‘말 달리자’에서 “닥쳐”를 외치며 그토록 경멸했던 ‘바보놈’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로 느껴졌다.

 “크라잉넛은 유치하지만, 재미있는 것을 끄집어내는 재주가 있어요. ”(노브레인 이성우)

 크라잉넛도 질세라 노브레인에게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노브레인은 직설적인 게 가장 큰 매력이죠. ‘넌 내게 반했어’는 직설미의 결정판이죠. 10년 뒤에도 미친 듯 놀 수 있는 밴드로 남았으면 좋겠어요.”(크라잉넛 이상면)

 “사랑 얘기도 좋지만, 힘들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노래를 더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크라잉넛 한경록)

# 우리는 아직도 인디다

 두 그룹은 1990년대 후반 ‘홍대의 봄’과 함께 등장한 인디음악계의 1세대다. 달라진 게 있다면 더 이상 ‘언더 그라운드’가 아니라 확실한 ‘주류’로 부상했다는 점.

 “간섭받지 않는 창작의 자유가 인디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인디밴드 하면 언더밴드만을 생각해요. 그런 고정관념은 버려야 하지 않지 않을까요.”(노브레인 정재환)

 “우리는 여전히 인디입니다. 지금도 클럽 공연을 하고 있어요. 그것이 우리의 뿌리이기 때문이죠.”(크라잉넛 이상혁)

  이들은 주류 인디밴드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굶으면서 욕설 섞인 저항적인 노래를 하는 것만이 인디의 전부는 아니에요.”(노브레인 이성우)

 “사람들은 선을 그어 놓고 그 선을 넘으면 변했다고 비난해요. 우리의 음악은 변해가는 우리의 삶을 담을 뿐입니다. 변질이 아닌 변화죠.”(크라잉넛 한경록)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은 좋아하는 음악을 하며 밥 먹고 살 수 있는 밴드가 되고 싶어요. 후배 밴드들에 우리가 성공한 롤 모델로 자리 잡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크라잉넛 김인수)

 “인디음악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들을 하는데, 홍대 클럽은 아직도 들끓고 있어요. 슈퍼키드·쿨에이지·록타이거즈·갤럭시 익스프레스·킹스턴 루디스카 등 출중한 밴드들이 많아요.”(크라잉넛 박윤식)

#‘말 달리자’와 ‘넌 내게 반했어’

  두 노래는 크라잉넛과 노브레인을 대표하는 노래다. 그래서 노래에 대한 멤버들의 감정도 애틋하다.

 “‘말 달리자’ 정신은 여전해요. 노래와 함께 나이를 먹은 팬들은 사회생활을 하며 ‘닥쳐. 닥치고 내 말 들어’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할 거예요.”(크라잉넛 한경록)

 “가장이 된 뒤 스트레스가 더 심해졌어요. 그래서 ‘말 달리자’를 정말 눈물 흘리며 부를 수 있어요. 요즘은 공연에서 스트레스를 푼답니다. 푸하하.”(크라잉넛 이상면)
 ‘넌 내게 반했어’는 노브레인 멤버들이 설거지를 하다가 만든 노래다. 노브레인 음악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기도 했다.

 “예전에는 세상에 대해 분노를 쏟아 붓곤 했는데, 이 노래를 계기로 아름다운 세상에 눈을 돌리고 있어요. 노래에는 희로애락을 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거죠.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다고 할까요. ”(노브레인 정민준)

# 그들의 협연은 어떤 색깔?

 처음 하는 두 그룹의 협연에 멤버들도 가슴이 설렌다고 했다. 그래서 협연할 베스트 멤버를 뽑는 데 더욱 신중하다. 그리고 크라잉넛은 하하와 ‘룩셈부르크’를 부르고, 노브레인은 노홍철과 함께 ‘넌 내게 반했어’를 부른다.

 “‘말 달리자’와 ‘넌 내게 반했어’를 바꿔 부르면 너무 진부하잖아요. 악동들답게 의외의 노래로 허를 찔러야죠. 참고로 전 노브레인의 ‘청춘 98’을 좋아한답니다. 히히”(크라잉넛 한경록)

 “야! 그걸 말하면 어떡해. ‘서커스 매직유랑단’이나 ‘밤이 깊었네’를 부르냐고요? 그 노래들은 노브레인 색깔에 안 맞아요. 어떤 노래를 부를지 궁금하시죠? 안 가르쳐주지. 푸하하”(노브레인 이성우)

글=정현목 기자, 강준규 인턴기자 <gojhm@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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