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쌓인 권위-형식주의 쇄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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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포정제철 임직원의 변화의지가 확고한 만큼 반년만 지나면 국민과 고객이 포철의 새 모습을 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지난달12일 신임 회장을 맡아 포철의 새로운 조타수로 등장한 정명식회장은 먼저 『과거 25년의 기반 중 좋은 것은 적극 취해 키워나가되 고쳐야 할 것은 과감히 버려 포철의 권위주의· 형식주의·부조리를 쇄신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신정부등장 전후로 포철에 다가온 변화는 커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아직도 진행중이며 박태준 전회장은 여전히 외국에 나가있다. 또 그것으로 회사를 둘러싼 문제가 끝났는지도 의문이거니와 박전회장의 역할이 그동안 워낙 컸던만큼 그 공백이 잘 메워질까 하는 우려의 시선을 받고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회장은 박전명예회장이 떠남에 따라 철강외교등에 공백이 있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세계적 철강기업이 되는데 공헌한 분이지만 기업은 개인으로 대표되지 않고 산업으로서 존립하는것』이라고 박씨 없이도 포철이 자립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포철은 새 정부 출범후 타율적으로 요청된 경영개혁을 적극적으로 소화해내는 모습이다. 그동안 자회사를 포함해 임원을 22명 줄이고 9개부·14개 실·과를 폐지했으며 서울사무소 직원들의 황색 근무복 폐지, 회의의 축소 및 자유토론장화 등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정회장과 조말수사장은 회의석상에서 나란히 앉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다행히 지난 1·4분기 중 매출 등 경영실적도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종래와는 강도가 다른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대해 그 결과를 두고 포철주변은 불안한 기류지만 정회장은 『조사량이 많아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본다』며 『세무조사를 하고, 받는 것은 납세자나 국세청이나 의무사항 아니냐』며 다른 차원에서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무조사가 포철이 해놓은 일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받는 계기가 되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회장은 70년 포철에 입사, 설비확장을 총괄해온 엔지니어출신이며 영어·일어가 유창한 국제통이다. 박태준씨가 있을 때 그에게 「N0」를 할 수 있었던 드문 존재였던 그지만 최근에는 한 걸음마다 조심스러운 듯 다소 초췌한 표정이었다. 글 =김 일기자 사진=장문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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