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이겨낸 신문배달 17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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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불편한 육신으로 17년째 신문을 돌리고 있는 이두형씨 (32·경기 의왕시 오전동). 성치도 못한 몸을 깨져라 찢어져라 굴리며 하루도 쉬지 않고 신문배달을 계속해 온 그에게서 일의 참 모습을 얻는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불구의 손에 경련성질환까지 겹친 이씨가 신문배달을 시작한 것은 77년. 신체장애로 안양중학교를 중퇴한 그는 남안양지역에서 신문을 돌렸다. 그러나 82년 겨울 신문을 배달하다가 지병이 악화돼 땅에 나뒹굴며 윗니 1개가 빠지는 부상을 하고 l개월 정도 배달을 쉬었다.
그 뒤 다시 취직한 곳이 현재의 의왕시오전동 중앙일보 보급소. 『마땅히 다른 일감을 찾기도 어려운데다, 신문 오기를 고대하고 있는 독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해 신문배달을 재개했다』 고 이씨는 말했다.
만 10년 넘게 오전동일부 지역을 누비고 있는 이씨는 이 지역의「명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또 몸이 아플때면 약을 먹어가며 지금까지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신문을 돌리는 그를 모르는 동네 사람은 없다.
지난해 11월28일 이씨는 예의 지병이 도져 턱밑을 7바늘이나 꿰매는 중상을 당하고도 다음날신문을 날랐다. 그로부터 1주일쯤 뒤 그는 배달도중 계단을 내려오다 또 쓰러져 윗니 3개가 날아가는 큰 부상을 했다. 그 다음날도 또…. 이씨는 흙바닥을 뒹굴고 주인잃은 신문수레는 내리받이 길을 구르다 엎어져 신문은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는 신문을 정리하고 옷을 갈아 입은뒤 나머지 신문 배달을 마쳤다.
『신문배달은 현재 내생활의 중심이다. 매일 일정한 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 없다』고 이씨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사고수준은 정상인데도 이씨는 짤막한 질문하나에 대답이 나오기까지는 1분 이상 걸렸다.
이씨는 요즘 독서에 깊이 빠져 있다고 했다. 장애자들에 관한 책을 특히 집중적으로 읽는다는 것이다. 쉴틈없이 물어대서인지 그는 책이름을 대답하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으며 앞으로 장애자들을 위한 일에 일생을 바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홀어머니(60)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이씨는 매일 아침상 머리에서 자신의 팔다리를 부여잡고 『어디 배필 없니』라며 우는 어머니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김창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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