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을 잡알" 서방자동차사 각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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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중국 시장을 잡아라.』
세계 유수의 자동차메이커들이 중국 시장을 놓고 치열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이 지난 84년 외국자동차메이커로는 처음으로 중국에 진출, 현지 기업과 합작으로 설립한 「상해 VW」를 통해 자동차생산을 시작한 것을 필두로 프랑스 푸조와 시트로엥, 미국 크라이슬러사등이 80년대말 진출한데 이어 미국 GM사가 올해부터 생산라인을 본격 가동, 중국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세계 최대 자동차메이커인 GM이 중국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나서자 폴크스바겐·푸조·크라이슬러등 선발주자들도 증산체제를 갖추는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여기에 지금까지 직접 투자를 하지 않던 일본도 중국정부의 권유에 따라 현지진출 채비를 서두르고 있고, 한국도 현대자동차가 2년전부터 승용·상용차 현지 합작공장 설립허가를 따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중국시장에 냉담한 반응을 보였던 GM등 자동차메이커들이 이처럼 적극 공세로 나오게된 데는 무엇보다도 중국시장이 지니고 있는 무한정한 잠재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중국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선 지금이 마지막기회라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해말 현재 중국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6백50만대로 자동차 보급률이 1.3%에 불과하며, 특히 승용차는 91년 생산량이 7만대로 세계승용차생산량의 0.1%에 그치고 있다.
이는 중국정부가 개인은 물론 기업까지도 개인의 승용차구매를 법으로 금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멀지 않아 승용차의 개인소유가 허용되면 자동차구입열풍이 불어닥칠 것이 분명해 오는 2000년까지 승용차 수요는 최소한 연간 1백만대를 상회, 중국이 세계 6대 자동차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자동차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산업은 50년대 구소련의 원조로 시작했지만 10년전까지만 해도 상해세단과 홍기리무진 공장이 전부였으며, 연간 생산량은 수천대에 불과할 만큼 자동차 불모지였다.
그러나 80년대 중반들어 개혁·개방정책이 본격 추진되면서 자동차 수요가 급증, 자동차산업은 활기를 띠게 됐다. 세계적 자동차메이커들이 중국에 진출한 것도 이와 때를 같이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서 중국과 합작으로 자동차를 현지생산하고 있는 메이커들은 7개사. 폴크스 바겐이 상해에 상해VW·장춘에 제1자동차VW 공장을 각각 운영하고 있고, 미국 크라이슬러가 북경에 북경지프, 프랑스 푸조가 광주에 광주푸조, 프랑스 시트로엥이 양번에 신룡자동차 공장을, 일본의 다이하츠가 중국에 기술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천율자동차에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GM이 지난해 중국국영 금배그룹과 합작으로 심양에 금배GM 공장을 설립, 자동차판매전에 가세했다.
금배GM의 자본금은 총 3천3백34만달러로 중국이 공장부지·설비등 현물로 2천3백34만달러를 투자하고 GM이 현금으로 1천만달러를 출자, 모든 부품을 미국으로부터 수입, 중국에서 완전조립 생산하는 녹다운시스팀 방식으로 지난해 8월부터 소형트럭 생산에 들어갔다.
자동차메이커들이 중국시장개척을 위해 현지진출에 열을 올리는 것은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이보다는 중국이 수입 자동차에 관한 한 무려 1백80%(92년 2백50%)라는 엄청난 관세를 물려 현지생산 자동차와 가격경쟁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일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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