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5개년계획의 과제(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압축성장으로 표현되는 지난 30년동안의 고도성장이 우리에게 남겨준 문제점은 자율경제의 틀과 그것을 뒷받침할 사회시스팀을 정비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때문에 두차례나 있었던 국제수지 흑자기회도 정착시키지 못했다. 김영삼정부가 경제정책의 청사진으로 내놓은 신경제5개년계획지침은 1차에서 6차에 이르기까지의 경제계획이 남긴 과제를 풀어나가고 7차계획에서 소홀히 다뤘던 세제 및 금융·토지개혁 등의 대폭 손질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새 정부가 이같은 개혁과제들을 크게 부각시킨 것은 국내외 환경을 둘러싼 시대상황의 변화와 경제발전의 원동력을 창의와 자율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한 때문으로 보인다. 노태우정부때 만들어진 7차경제사회발전5개년계획(92∼96년)도 민간의 자율과 공정경쟁을 바탕으로 경제효율화가 이뤄지도록 짜여졌으며 국민의 정신적 개혁을 기본정신으로 삼았다.
따라서 현 정부가 과거 정부와의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우리가 무엇때문에 성장 발전해야 하며 이를 위한 합리적인 수단들을 어떻게 동원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이 흔들려서는 안된다. 경제가 외적 성장보다 내적인 발전을,양적인 것보다 질적인 심화로 발돋움하고 개인과 기업의 잠재력이 최대한 발휘되기 위한 신경제의 발전 메커니즘도 이번 지침의 골간이 된 「경제논리의 회복」이다. 경제논리의 회복노력 없이는 정부가 말하는 경제정의나 경제윤리를 기대할수 없을 것이다.
우리가 경제활동의 각 분야에 걸쳐 시장기능 활성화에 더욱 관심을 쏟는 것은 세제개혁이나 금융·토지개혁 등이 실제로 정부가 계획한대로 이행된 적이 없으며 이번에야말로 장미빛 청사진에 그쳐서는 안된다는 경계감 때문이다. 자원배분의 왜곡을 바로잡겠다는 세제개혁이 중산층에게 어느 정도의 조세부담을 안겨줄 것인지,또 그린벨트를 둘러싼 행정규제 완화가 토지의 효율적 이용에 장기적으로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들의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몇차례의 금융개혁이 선언적·포괄적 계획에 머물러 실제 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번 지침에 담은 금융부문 개혁도 같은 운명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과감한 개혁의지의 천명」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경제흐름에 맞춘 「과감한 정책결정과 실천」으로 신정부의 차별성을 보여야할 것이다.
신5개년 계획에선 너무 성급한 결과를 기대해선 안된다. 지금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여러 구조적 문제점이 오랜 기간에 걸쳐 쌓여온 것인 만큼 그것을 고치는데도 오랜 시간과 인내·정성이 필요하다. 신5개년계획은 가시적 성과보다 잘못된 경제의 틀과 사회시스팀을 하나씩 고쳐가는 작업을 시작했다는데 의의를 두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