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참았다' 돌아온 이승엽 홈런 두 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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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이 6회 투런 홈런을 때린 뒤 날아가는 공의 궤적을 매서운 눈길로 지켜보고 있다.[도쿄 교도=연합뉴스]

부상과 부진을 홈런 두 방에 실어 날려 버렸다.

13일 만에 1군에 복귀한 이승엽(요미우리 자이언츠)이 시즌 16호(2점).17호(1점) 연타석 홈런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24일 도쿄돔에서 열린 일본 프로야구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와의 시즌 후반기 첫 경기에 1루수 겸 5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이승엽은 6회 1사 1루, 볼카운트 1-2에서 요코하마 좌완 구도의 변화구를 통타,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떨어지는 공을 놓치지 않고 방망이를 갖다 대 비거리 135m의 대형 홈런을 뽑아냈다.

8회에는 1사 주자 없는 가운데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서 좌완 구원투수 나스노의 직구를 또다시 가운데 담장으로 넘겼다. 1일 히로시마 도요 카프전 이후 23일 만의 홈런이었고 올 시즌 첫 멀티 홈런이었다.

4타수 3안타.3타점의 맹타를 휘두른 이승엽은 "홈런을 노린 건 아니었으나 타이밍이 좋았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요미우리는 4-8로 패했다.

왼쪽 엄지손가락 관절염이 완치되지 않은 가운데 전날 하라 요미우리 감독으로부터 1군 승격을 통보받은 이승엽은, 2회 첫 타석에서 풀카운트 끝에 삼진을 당했으나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밀어친 내야 안타로 타격 감각을 조율했다.

이승엽은 하라 감독이 완치되지 않은 자신을 왜 1군에 올렸는지 잘 보여줬다. 이승엽은 손가락 부상으로 제대로 된 타격을 할 수 없자 11일 자청해 2군으로 내려갔었다. 이후 치료와 재활을 병행해 오다 22일부터 1군 훈련에 참여해 투수의 전력투구를 받아 치는 프리배팅 훈련으로 실전 복귀를 준비했다. 23일 41개의 공을 받아 쳐 두 개를 담장 밖으로 넘긴 이승엽은 하라 감독에게서 "시합에 출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승엽의 강력한 출전 의사를 받아들인 것이었다.

이승엽은 경기 전 "전반기엔 찬스에 약했는데 후반기엔 팀 승리와 연결되도록 찬스에서 확실히 쳐내고 싶다. 타점을 올리고 싶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하라 감독은 "부상 중인 이승엽과 다카하시가 돌아왔지만 정상 컨디션이 아니다"며 이승엽을 5번 타자로 내세웠다. 이승엽에겐 "팀의 주축 선수인 만큼 타석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 위협이 된다. 타율에 신경 쓰지 말고 중요할 때 한 방씩만 쳐 주면 된다"고 당부했다. 복귀 무대에서 이승엽은 감독의 바람을 100% 충족시켰다.

이승엽이 5번에 서면서 후반기 요미우리의 클린업 트리오는 니오카-오가사와라-이승엽으로 짜였다. 올 시즌 줄곧 3번에 섰던 오가사와라가 요미우리 73대 4번 타자 역할을 맡게 됐고, 이승엽이 6번으로 내려와 있을 때 4번을 치던 주장 아베는 6번에 배정됐다. 5번 타자는 3, 4번에 비해 높은 타율과 출루율보다는 찬스 때 한 방으로 주자들을 불러들이는 역할이 요구된다.

이승엽으로선 심적 부담을 줄이고 컨디션을 끌어올리기에 적합한 자리다.

한편 주니치 드래곤스의 이병규는 나고야돔에서 열린 한신 타이거스 전에 중견수 겸 2번 타자로 선발출장 했으나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주니치는 5-8로 졌다.

이충형 기자, 이경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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