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가이드 라인' 기본형 건축비 3.3㎡당 431만~439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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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부터 모든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만 분양가 인하 효과는 애초 기대에 못 미칠 전망이다.

상한제에 적용할 '기본형 건축비'가 현재 공공주택에 적용하고 있는 금액보다 크게 낮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상한제가 처음 적용돼 분양가가 크게 떨어질 것으로 기대되는 민간 아파트도 올해 분양분은 상당수 상한제를 피해갈 것으로 보인다.

기본형 건축비의 정부안은 3.3㎡당 소형(전용면적 85㎡ 이하)이 431만8000원, 중대형은 439만1000원으로 제시됐다. 이는 현재 상한제가 적용되고 있는 공공주택 건축비보다 각각 0.5%와 0.6% 낮은 수준이다. 이미 땅값이 정해진 인천 청라.영종지구에 이 건축비를 적용하면 청라지구 아파트 분양가는 3.3㎡당 소형이 760만원, 중대형은 900만원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건설교통부는 24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이런 내용의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위한 기본형 건축비 산정기준'을 공개했다. 민간 아파트에 대한 기본형 건축비 적용은 1999년 분양가 자율화 시행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 건축비 계산방식 개선=아파트 분양가는 땅값+건축비+가산비(철골조처럼 기본형 건축비에 들어가지 않는 추가 공사비)로 구성된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그동안 가산비에 포함했던 지하층 건축비를 건축비 항목으로 떼냈다. 지하층은 지금까지 지상층 건축비의 70%를 일률적으로 적용했지만 공사기술 발전으로 공사비 절감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상층 건축비는 약간 올라가고 지하층은 떨어진다. 소형과 중대형으로 구분돼 있던 건축비는 하나로 통합했다. 고층화 추세를 감안해 20층까지 4단계로 돼 있던 건축비 기준을 30층까지 5단계로 세분화했다. 친환경 시공처럼 과거 무조건 인정해 주던 가산비 항목도 주택 성능을 얼마나 개선했느냐를 평가해 차등 적용한다. 골조와 도배 정도만 된 상태에서 분양하는 마이너스옵션의 경우 분양가의 15%를 깎아 주도록 했다. 건교부는 분양가 상한제로 민간 아파트 분양가가 15~20% 정도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분양가 얼마나 될까=정부안 공개로 건축비와 가산비는 윤곽이 나왔다. 가산비는 3.3㎡당 소형은 80~100만원, 중대형은 100만원 정도다. 따라서 건축비용은 3.3㎡당 소형은 510만~530만원, 중대형은 540만원 선이다. 여기다 택지비를 더하면 분양가 상한선이 자동으로 계산된다. 택지비는 단지마다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미 택지비가 정해진 인천 청라.영종지구에 적용해 보면 분양가 수준을 대략 가늠할 수 있다. 인천 청라지구 1단계 중소형 필지는 3.3㎡당 땅값이 245만원이었다. 따라서 건축비용을 더한 분양가는 3.3㎡당 750만~775만원이 된다. 택지비가 3.3㎡당 329만~373만원인 인천 영종지구 아파트는 900만원 안팎으로 분양가가 결정될 전망이다.

◆ 분양가 인하 효과 크지 않을 듯=이미 상한제 적용을 받고 있는 공공주택은 분양가 인하 효과가 거의 없다. 기본형 건축비가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민간 아파트는 건설회사들이 올해 분양분 대부분을 상한제가 적용되는 9월 이전에 사업승인 신청을 할 예정이어서 상한제 적용 대상 아파트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이번 건축비 인하가 장기적으로 민간 아파트 공급 감소와 품질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상한제에 적용하는 택지비로는 민간 건설사가 땅을 사서 아파트를 짓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본형 건축비를 적용한다면 상대적으로 싼 마감재를 쓸 수밖에 없다. A건설 관계자는 "정부안대로 하면 앞으로 강남의 주상복합과 같은 고급 주택은 지을 수 없게 된다"며 "건축비 규제로 기존 고급 아파트의 희소성만 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경민.박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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