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기업 담합의 피해자는 소비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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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설탕 값이 비싼 이유가 따로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CJ와 삼양사·대한제당 등 3개 사가 1991~2005년 설탕의 출고량과 가격을 담합해 막대한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밝혔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공정위가 51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지만 소비자가 피해를 구제받을 길은 없다. 이들 3사는 담합을 깨는 기업을 막기 위해 출고 실적 등 자료까지 주고받았다고 한다. 굴지의 대기업이 무려 15년간 조직적으로 담합했다는 사실이 놀랍다. 한마디로 기업윤리를 망각한 일이다. 15년 담합을 방관해 온 정부도 책임이 있다.

 공정위는 올 들어 기름·밀가루·세제·보험료·빙과류·태권도장 등의 담합을 적발했다. 예식장·PC방의 담합 여부도 조사 중이다. 생활 곳곳에 담합이 만연해 있는 것이다.

 담합은 소비자 호주머니를 터는 범죄다. 해당 기업은 변명을 늘어놓기에 앞서 통렬한 자기 반성부터 하라. 겉으로는 ‘고객 우선’을 외치면서 뒤에선 가격을 조작하는 이중적 행태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는가.
 담합은 시장의 가격결정 기능을 해치는 행위다. 시장경제 제1의 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가격은 시장에서 자유로운 경쟁을 통해 정해져야 한다. 이게 안 되면 자본주의의 근본 틀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차제에 담합을 유발하는 정부 규제와 행정지도를 철폐해야 한다. 행정지도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는 게 관행처럼 굳어진 경우가 종종 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과 기업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가 형성되고,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것이다.

 공정위는 경쟁을 촉진해 가격을 떨어뜨리고, 소비자를 보호하는 막중한 책무를 갖고 있다. 엉뚱하게 개별 기업의 지배구조에 간섭할 게 아니라 담합과 같은 불공정 행위를 바로잡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특히 생활밀착형 담합은 엄중 처벌하라. 기업도 시장원리와 소비자 이익을 거스르는 경영 방식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국민이 등을 돌린다는 점을, 독과점의 성벽은 언제든 허물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