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2007대선릴레이칼럼②

한나라당이 갈라지면 범여권은 합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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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민주화 이후 네 번의 대통령선거를 거치면서 정치권이 배운 가장 큰 교훈은 ‘뭉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유권자가 가장 궁금해 하는 변수는 어느 쪽이 뭉치고, 어느 쪽이 분열할 것인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선거는 여권이나 야권이나 모두 분열의 가능성이 크다. 1987년 대선이 분열하면 진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분열한 경우였다면, 이번 선거에서는 그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한나라당은 친이명박과 친박근혜로, 여당은 친DJ(김대중)와 친노무현으로 분열할 가능성이 있다. 깊게 파인 감정의 골과 내년에 있을 국회의원선거, 그리고 여권 후보의 지지율 총합이 한나라당 빅2 중 한 후보의 지지율도 안 되는 특이한 선거구도가 여권이나 야권을 모두 분열로 몰고 가는 원심력이다.  

 한나라당은 이미 경선이 시작됐기 때문에 경선 불복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이와 박, 두 후보는 지역적으로는 각각 수도권과 영남, 이념적으로는 온건파와 강경파에서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지를 누린다. 지지 세력의 성격에서 차이가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특이한 선거구도 때문에 경선이 곧 본선이나 마찬가지며, 경선 결과가 내년 국회의원선거의 공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양쪽 캠프는 믿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후보 본인들보다도 더 승리에 목을 매단다. 그러다 보니 상대 후보를 무너뜨리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과잉 충성도 마다하지 않는다.

 문제는 네거티브 게임으로 승자가 결정될 경우 진 쪽이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데 있다. 탈당과 같은 극단적인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깊게 파인 감정의 골 때문에 공동 유세와 같은 장면을 볼 수 없게 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승리한 쪽이 진 쪽의 지지율을 모두 흡수할 수 없게 됨은 분명하다. 형식에 있어서는 아니지만, 내용적으로는 분열이다. 사태가 더 악화될 수도 있다. 만일 어느 한쪽이 검찰 수사 결과와 같은 외부의 충격과 내부의 네거티브가 동시 작용하는 가운데 도중 하차한다면 그 반발은 더욱 커져서 외적인 분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사실 한나라당이 내놓은 신대북정책에 대한 갈등에서 보듯 수도권의 온건파 한나라당 세력은 영남의 보수파 세력보다 범여권의 온건파 세력에 더 동질성을 느낄지도 모른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선 고향이 투표 행위에 미치는 영향력은 많이 약화됐다. 이러한 요소까지 반영되면 한나라당의 분열로 인한 정치권 지각변동의 후폭풍은 더 커질 수 있다.

 범여권에 파인 감정의 골은 좀 더 깊고 오래되었다. 친DJ는 친노의 백기항복을 바란다. 배반의 씨앗인 열린우리당의 흔적을 정치사에서 완전히 지우자고 한다. 그래야 참여정부의 과오에 대한 책임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친노 역시 할 말은 많다. 부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거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리한 입장에 있는 것은 친DJ다. 과거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역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호남표의 복원은 내년 총선이 불안한 수도권 의원들이 간절히 바라는 것이기 때문에 친DJ로 세가 몰린다. 물론 공천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될 수 있는 원외 친DJ들은 친DJ로 세가 모이는 것이 반갑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경한 친노 그룹은 계산할 것이다.

 계산의 기준은 대선의 승리 가능성이다. 승리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면 굳이 굴종할 것 없이 다음 총선에서 명맥을 유지해 후일을 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분열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여권은 승리의 무드를 타게 될 것이고, 이때는 승리에 쐐기를 박기 위해 모든 것을 버려야 한다고 판단할 것이다.

 결국 이번 선거의 독립변수는 한나라당의 분열 여부다. 한나라당이 아름다운 경선을 거쳐 승리한 후보를 중심으로 결속한다면 말 그대로의 범여권 대통합 가능성은 작아진다. 어차피 뭉쳐도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추악한 경선의 결과로 분열한다면 범여권의 대통합은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다.

김민전 경희대 교수 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