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제작 광고 국내방영싸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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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광고시장 개방과 함께 다국적기업이 직수입한 외국광고의 방송허용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위원회(위원장 고병익)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다국적 컴퓨터회사인 IBM의 방송광고 허용여부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공보처·상공부등 관계부처의 의견을 들은 뒤 이달말까지 최종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그동안 코카콜라등 외국기업의 광고는 기본구성을 그대로 유지하되 등장인물과 배경만은 한국적인 것으로 바꾸는 선에서 방송이 허용됐으나 음성언어만 바꿔 모든 장면을 그대로 방송한다는 문제가 논의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외국기업의 광고가 국내 안방 TV에 직수입돼 방송될수 있는지를 가름하는 첫 케이스여서 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IBM의 경우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제작한 기업이미지광고를 아시아 지역의 6개지사에서 동일하게 광고한다는 회사방침에 따라 방송위에 방송허용을 정식요청했다.
그러나 전체회의에 앞서 두차례 심의를 거친 광고심의위(위원장 조영황)는 이 광고물이 『광고방송은 국내외의 제작물을 복제하여 사용하여서는 안된다』는 심의규정 87조의「복제」개념에 해당된다며 방송불가를 결정했다.
한국IBM이 이 판정에 불복함으로써 재심의를 하게된 방송위 일부에서는 광고심의위가 「복제」개념을 지나치게 확대해석했고, 다국적기업의 지사들이 동일한 광고를 하는 것을 단순히 복제로 보는 것은 논리적 타당성도 약하다는 견해가 나오는등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김규방송위 부위원장은 『한국이 아닌 외국에서 제작됐다고해서 IBM광고를 「복제」로 규정하는 것은 무리』라며 「복제」가 아닌 다른 논리나 심의 근거로 대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조병량광고심의위원은 『오디오만 국내에서 녹음하고 비디오는 해외에서 제작한 IBM광고는 현행 심의규정하에서는 분명한 복제』라고 주장했다.
한편 광고물에 대한 광고심의위의 방송불가 판정에 대해 주한미국상공회의소등이 반발하는등 광고심의가 자칫 한미통상마찰의 한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장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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