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PKO자위대 철수여론 공방/캄서 일본인 피격이 도화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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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사회당서 제기… 정치쟁점화
캄보디아에서 유엔선거감시활동요원으로 일하던 일본인 지원자가 지난 8일 피격돼 사망함에 따라 현지에 파견된 자위대 철수론이 제기되는 등 정치쟁점으로 부각돼 일본정부를 당황케 하고 있다.
사회당과 공산당은 즉각 『유엔평화유지활동(PKO) 참가 5원칙이 무너졌다』며 자위대 철수를 주장했다. 언론은 유엔활동에 지원자로 참여하는 민간인들에 대한 안전대책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본정부는 고노 요헤이(하야양평) 관방장관을 통해 즉각 유감의 뜻을 표했다. 그는 『그러나 분쟁당사자간 정전합의 등 PKO참가 5원칙이 깨진 것은 아니므로 아직 자위대 철수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일본정부는 내심 크게 당황하고 있다. 내달로 예정된 총선을 거부하고 있는 크메르 루주가 유엔캄보디아과도행정기구(UNTAC) 와해를 위해 일본인을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캄보디아에서 활동하는 일본인은 현재 8백65명. 이중 자위대원이 6백8명이며 나머지는 민간인이다.
이중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난해 일본정부가 우여곡절끝에 파견한 자위대원이다. 일본정부는 자위대 해외파병에 대한 야당과 여론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해 소위 PKO참가 5원칙을 자위대 파병의 전제조건으로 했다. 이 5개 원칙은 ▲분쟁당사자간 정전합의 ▲해당국을 포함,분쟁당사자가 PKO활동과 일본참가에 동의할 것 ▲분쟁당사자 어느쪽에 편중되지 않고 중립을 지킬 것 ▲이상의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일본 독자의 판단으로 철수가 가능할 것 ▲무기사용은 필요 최소한으로 할 것 등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사건으로 PKO참가 5원칙이 무너졌다고 볼 수 없으며,자위대원이 아니라 민간인 지원자가 희생됐다는 점에서 자위대철수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본 외무성은 『전체적으로 평화라는 틀은 지켜지고 있으므로 냉정히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무성·방위청에서는 앞으로 전개될 사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외무성 관계소식통은 『일본인이 희생됐다는 사실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 PKO파견요원에 희생자가 나온다면 철수론이 대두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희생자가 나왔다고 해서 일본만 철수할 수 없다는 점』라고 걱정했다.
일본만 독자적으로 철수할 경우 국제적 비난을 감당하기 어렵고,그렇다고 국내법과 여론을 무시하고 그대로 머무를 수도 없는 것이 일본의 고민이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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