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 가족들 “제발… 제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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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호 01면

피랍 봉사단원 20명이 소속된 경기도 성남시 분당샘물교회 주변은 21일 하루종일 불안감과 기대감이 팽팽하게 교차했다. 교회 관계자와 피랍자 가족 500여 명은 오전 5시30분 새벽예배를 보고 무사 귀환을 기도했다. 신도들은 “제발 한 사람의 생명도 상함이 없도록 그들을 보호하소서”라는 기도를 반복했다.

독일 인질 살해 소식에 불안감

그러나 오후에 아프가니스탄 무장세력이 한국군 철수를 재차 요구하는 2차 통첩을 한 데 이어 독일인 인질 두 명을 살해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극도의 불안감을 보였다. 교회 사무처장 권혁수 장로는 “너무 참담하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피랍 가족 비상대책위원장 차성민(30)씨는 “어차피 올해 철군할 거라면 지금 당장 해야 한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20명을 살려내주시기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하면서 눈물을 훔쳤다. 납치된 서명화(29·여)·경석(27)씨 남매의 아버지 서정배(57)씨는 “피랍됐다는 외신 보도가 제발 오보였으면 좋겠다. 애들이 무슨 일을 당하면 나는 이 세상을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울먹여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는 “마음 속으로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석방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고세훈(27)씨의 누나 수희씨는 미니홈피에 “저희 식구들은 기도하며 담담히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세훈이가 두려움 없이 담대하게, 하나님만 바라볼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가족 30여 명은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촉구하기 위해 오후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를 항의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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