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결국 파국으로 끝난 이랜드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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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비정규직 근로자 문제를 둘러싼 이랜드의 노사 분규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경찰은 노조가 점거 농성을 벌인 매장 두 곳에 공권력을 투입했다. 노동계는 강경 연대투쟁을 하겠다고 맞서고 있어 자칫 노사 간 전면전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있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사태의 발단은 이달 시행된 비정규직법이다. 이 법에 따르면 회사는 2년이 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해고해야 한다. 사정이 넉넉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랜드는 계열사인 뉴코아의 비정규직 계산원을 외주로 돌렸고, 홈에버의 비정규직 절반가량을 계약 해지하기로 했다. 이에 반발한 노조가 20일째 매장 점거 농성을 하다 공권력을 부른 것이다.

 정부의 갈지자 행보는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은 “외주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측을 압박했다가 며칠 후 “사측이 많이 양보했으니 이젠 노조가 양보하라”며 노조에 화살을 돌렸다. 원칙 없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대응이 갈등과 불신만 키운 것이다.

 평소 신뢰관계를 쌓지 못한 노사 양측도 책임이 크다. 이랜드는 그동안 잦은 노사 분규를 겪었다. 2004년 주5일 근무제를 둘러싼 마찰로 15일간 파업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노조는 3개월 이상 근무자를 전원 고용 보장하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했다. 사측도 점거 농성 열흘 만에 노조와 처음 교섭할 정도로 귀를 막고 있었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의원이 끼어드는 것은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니 노사 간 갈등을 부추겨 더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에 개입하지 마라. 어디까지나 당사자인 노사가 풀어야 할 일이다. 노사는 지금이라도 머리를 맞대고 타협점을 찾기 바란다. 정부는 말을 아끼고, 원칙에 따라 대응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어떤 경우에도 매장 점거와 같은 불법은 안 된다. 지금의 비정규직법으로는 제2, 제3의 이랜드 사태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노사 모두 원하지 않는 이 법을 조속히 보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