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의 한방조제 이렇게 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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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대한약사회 서울지부 총회에서 지난 3월15일 결의된 사항을 읽고는 이 나라의 망국병인 집단개인주의 횡포가 이쯤에 이르렀나 통분을 금할 수 없었음을 밝히고 결의된 약사회의 네가지 항목에 대한 반대 입장의 의견을 제시한다.
첫째,「약사의 한약취급은 한의사가 배출되기 전부터의 고유 권한임」에 대하여.
우리 나라에 처음으로 양약학이 들어와 첫 약사가 배출된 것은 1910년이다.
5천년 민족의학의 전통이 허준·이제마, 사암도인으로 이어오는데 선조들 보다 약사들이 먼저 한약을 다루어왔고 그것이 그들의 고유권한이라는 주장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만약 약사들이 전통의학을 흡수·계승·탐구해 왔더라면 현재의 한의과 대학은 설립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둘째,「한약조제는 약사법에 의한 것이며 약사법은 현재도 적법임」에 대하여.
93년 2월 입법 예고된 약사법 시행규칙 제11조1항7호 개정시안이 편파행정의 보사부에 의해 93년3월5일부로 개정, 공포되었다.
6년 의과대학 교육과정과 또 6년 한의과 대학 교육과정에서 탁마 되어지는 진료와 처방학이 4년 약대 교육과정만으로 정식진료 행위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너무도 위험하다.
셋째,「전통 의학이라는 미명 아래 한약의 과학적 발전을 저해하는 그들(한의사·동의학도)의 아집과 전근대적 행위를 규탄한다」에 대하여.
우리들은 오히려 한방의 과학화를 걱정한다. 한약은 일률적으로 조제되어서는 안되고 상대주의적이며 체질적 탄력성을 가져야 한다. 병명만 같으면 획일적으로 똑같은 약을 투여하는 것이 그들의 과학화라면 한방의 본질을 모르는 위험한 발상이다.
넷째 , 「약사는 한약과 양약의 상호 보완점을 적절치 이용, 국민건강에 이바지해 왔음」에 대하여.
한약과 양약의 상호 단점을 적절히 보완하여 국민건강에 이바지해야 함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래서 전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우리 나라에서는 의학·한의학·약학이 공존하지 않는가. 그러므로 양방에서는 한의학 연구, 한방계는 양의학을 공부하는 식의 동등한 학술적 상호 교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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