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대형사고때/위기관리능력 어떤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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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비서실내 유형별 대책위 가동 삼성/가상 사고 대비훈련 정기실시 현대
『숨기면 작은 것도 커지고 밝혀면 큰 것도 작아진다.』
선진국가의 기업들이 돌발적인 대형사고가 발생했을때 대처하는 위기관리방법(Risk Management)의 첫제원칙이다.
84년 인도 보팔시 다국적 기업인 유니온카바이드사에서 가스가 누출돼 2천5백여명이 죽는 사건이 발생했을때 이 회사가 축소·방어적인 대책으로 일관하다 위법행위까지 속속 밝혀져 회사이미지 자체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었다.
이후 선진 다국적기업이나 대기업들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대형사고에 대비해 매뉴얼작성·가상 대처경험 등 사전관리기법은 물론 사후에도 정확한 진상공개로 감정적이 아닌 이성적인 판단을 이끌어내는 적극적 대처방법을 발달시켜 왔다.
국내기업들이 종종 대형 건설사고·환경오염사건·유해성분시비·대형 노사문제 등이 일어났을때 걷잡을 수 없이 사건이 확대돼 회사 자체에까지 치명적인 손실을 주는 것도 이같은 사전·사후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한데서 기인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우지파동」 「페놀사건」들이 그 예다. 이들 회사 대부분이 사전에 예상되는 위험부분을 소홀히 취급해 사전점검이나 사고발생시 대응자료 축적·홍보 등을 부실히 한 결과 피해가 커진 경우다.
이같은 경험에도 불구,국내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은 아직까지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이 현실.
하지만 산하에 사고가능성이 많은 업체를 거느리고 있는 현대는 이미 수년전부터 계열사별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대처원칙 및 행동요령 등에 대한 매뉴얼을 마련하고 가상사고에 대한 훈련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을 정도다.
삼성의 경우도 평소 그룹비서실내에 환경사고에 대비한 「지구환경위원회」 등 유형별로 위기관리를 위한 대책위원회를 가동해오고 있고 자칫 홍보활동이 미치기 어려운 지방에도 「지역 홍보대책위」를 구성,돌발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이번 구포역 열차 전복사고에 삼성종합건설이 관련되자 삼성은 미리 구성한 그룹차원의 대책반을 즉각 가동,공개위주의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고 있다.
산업안전공단의 홍용수기술실장은 『EC의 경우 자체 협약으로 가스·건설회사 등 대형사고의 위험이 있는 각 기업들이 사전점검은 물론 사고에 대비한 예방훈련,배상 및 법적 소송체계 마련을 의무화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도 이같은 위기관리체제를 강화,사회적인 피해는 물론 기업 자체의 피해도 줄여나가야 한다』고 밝혔다.<이효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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