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잡히는 여 재산공개 파문/제재대상 줄이되 처벌강도 높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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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막판까지 여론향방 기준 삼을듯
민자당 재산공개파동이 주말을 지나면서 문제의원에 대한 처리방향이 정리 되는 등 마무리 가닥을 잡아가는 분위기다.
일요일인 28일 밤 청와대와 당특위관계자의 협의과정에서 김재순의원의 「정계은퇴」 방침이 확정되고,김 의원에 의해 수용되면서 처리작업은 급진전됐다.
29일 낮 박준규국회의장의 기습적 탈당으로 민자당의원 재산공개파동은 당지도부가 예상치 못한 엉뚱한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당진상조사특위는 일요일인 28일까지 자체모임과 청와대와의 공동대책모임을 거듭,대강의 처리범위를 마무리했다.
특위는 처리원칙중 「출당」이나 「국회직·당직박탈」 등 중간과정을 없애고 「의원직사퇴」와 「경고」의 두가지로 정리했으며 경고는 「공개」와 「비공개」로 나눠 처벌의 경중을 가리기로 했다.
한 관계자는 『처리대상의 기준선을 조금 높게 잡으면 대상이 너무 늘어나기 때문에 처리강도는 단호하되 범위는 엄격히 줄이는 쪽으로 방침을 정했다』고 설명.
이에 따라 처리대상중 「의원직 사퇴」의 극약처방은 이미 자퇴한 김재순·유학성·김문기의원외에 박준규국회의장과 정동호·임춘원의원선으로 좁혀졌고 이원조의원의 포함여부가 남아있다는 것.
정 의원의 경우 「도덕성」이란 기준에서 「지나친」 투기성 재산축적이 많아 도저히 구제대상이 되기 힘들다는 것. 정 의원 부인은 거의 부동산 「전문가」라는 소문까지 당내외에 퍼져 일찌감치 「사퇴」로 결정났다는 것이며 정 의원도 당처분을 수용할 뜻을 피력했다고 한다.
임 의원의 경우도 과다한 「은닉」으로 일찍 처리대상에 올랐는데 한때 출당가능성이 점쳐졌으나 『문제점이 드러난 이상 출당은 의미가 없다』 『오히려 의원직사퇴가 본인에게도 좋다』는 등의 내부의견이 주효해 「사퇴권유」쪽으로 결론.
그러나 김진재의원의 경우 부산수영만아파트 부지를 이미 1년전 팔았다는 소명이,정호용의원의 경우 소유부동산이 「군사보호지역」이 아니라는 소명이 각각 사실로 확인돼 처리대상에서 제외.
다만 이원조의원의 경우는 별장의 잔디밭을 뒤엎는 등 탈법에다가 5,6공에 걸쳐 막후 실세였다는 점때문에 상징적으로라도 제외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
한 특위관계자는 『처리대상을 20여명선으로 잡고 있지만 김영삼대통령의 최종결심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최종순간까지 「여론」의 방향이 「절대기준」임을 강조.
○…지난해 당대통령후보 경선때 김영삼대통령을 적극 밀었던 추대위 고문직을 맡았던 김재순 전 국회의장은 이날 전격적인 정계은퇴성명을 통해 『토사구팽』(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먹는다)의 감회가 없지 않다』고 분을 표시. 그는 또 지금의 재산공개 파문을 「모진 바람」으로 표현하면서 『(정계는 떠나지만) 앞으로 지켜보겠다』는 결기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밖에 당의 장래에는 전혀 언급없이 『조국의 민주정치발전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기원한다』고 밝혀 당지도부를 크게 원망하는 눈치.
김 전 의원이 이처럼 갑자기 정계은퇴를 한 것은 청와대와 당측의 상당한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관측인데 최형우사무총장은 28일 오후 부산에서 귀경한뒤 곧바로 김 전 의장을 만나 밤늦게까지 정계은퇴를 강력히 요구했다는 후문.<오병상·이상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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