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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떠밀린 민주 재산공개/갑자기 서두르는 속사정을 보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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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05면

◎재산정리위해 시간 벌려다 급선회/재력가들 “치명타” 맞을까 전전긍긍
겉으로는 민자당의 재산공개를 비난만 하면서 속으로는 재산처분의 「시간벌기」를 시도해온 민주당이 결국 4월6일 의원들의 재산을 공개키로 결정했다. 이기택대표 등 당지도부가 24일 마치 무엇에 쫓기듯이 공개일자를 확정한 것은 여론압박 때문임은 물론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그간 민자당측의 공개를 「정치쇼」라는 등 비난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선기준 마련 후공개」를 내세웠다.
그래서 당내에서조차 『개혁경쟁을 외면하는 미온적 태도』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내달 6일 공개결정과 관련해 일부에선 민자당 평균치 25억원을 웃도는 재력가 의원들에게 재산규모를 「정리」할 시간을 충분히 주기위한 것이 아니냐고 비아냥거리고 있다.
○소장파 등서 제기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잇따른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자당의 재산공개를 『정치적 쇼』 『허구』라고 몰아세우고 「전면백지화」를 주장해왔다. 지도부는 『우리는 따로 법안을 마련해 그 기준에 따라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취해 「시간벌기」라는 의심을 받아왔다.
국민정서와는 거리가 먼 민주당 지도부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개혁정치모임과 소장파의원들이 당장 들고 일어났다. 지난 2월 임시국회에 「공직자윤리법안」을 제출해놓고 있는 마당에 또 무슨 기준을 만들어 그 기준에 따라 재산공개를 준비,공개하겠다는 거냐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2급이상 공직자(부장검사·판사포함)와 선거직공직자(의원·후보자포함)의 재산공개 ▲부동산의 시가평가 ▲1천만원 이상의 동산과 5백만원이상 보석류공개 ▲예금·유가증권 전액과 연 1천만원이상 소득원 공개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즉 민주당 지도부가 민자당측의 「하자」로 지적했던 「기준」을 완벽히 갖춘 안이다.
이 법안기초자인 한 의원은 『국회제출전 법안의 신·구 조문대조표까지 최고위원회의에 돌렸다』고 밝혔다. 다시말해 지도부의 「기준마련방침」이 재산공개를 최대한 질질 끌어 그동안 「재산정리」를 말끔히 하기 위한 「시간벌기」에 있었음을 반증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것을 눈치챈 개혁정치모임은 23일 오전 모임을 갖고 『당지도부가 계속 머뭇거릴 경우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 따라 우리라도 먼저 공개하자』고 역공했다. 이부영최고위원은 『관심이 있을때 해야하는게 원칙』 『흐지부지되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고 이달내 공개를 제기해 개혁모임의 공감을 도출해냈다. 최근 이 대표가 『언론이 우리당의 백지화주장을 크게 취급치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하자 소장파의원들은 『위기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반발했다.
○…민주당의원들 대부분은 민자당 민주계와 마찬가지로 별 재산이 없다. 그러나 공천헌금으로 많게는 40억원,적게는 10억원이상을 납부한 「여력」을 지닌 일부 전국구의원들을 포함,20여명의 의원이 여당쪽 부럽지않은 재력가로 꼽혀 이들이 어느정도 성실신고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여당보다 더 큰 「치명타」를 맞을 수도 있어 재력가의원들의 주저와 고민이 한결 높은 실정이다.
○방어논리도 등장
「재력가군」 의원들은 삼삼오오 의원회관에 모여 『왜 우리가 쇼에 말려드느냐. 공개할 필요가 없다』고 하는가 하면 「부동산재벌」로 알려진 한 의원은 『77∼78년 박정희대통령이 토지공개념을 도입하기전의 부동산 매입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색다른 「방어논리」까지 개발해 선보이고 있다.
이 대표 자신도 대지 1백98평·건평 1백평의 자택(시가 10억원)과 합정동 2백60평짜리 단층상가(시가 15억원),부산의 부동산 등 나타난 것만으로도 30억∼40억원은 넘는다는 것. 여기에 유명화가의 그림과 고서화·수석 등 값나가는 동산 또한 만만치 않아 공개규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대표는 매형이 준재벌인 태광그룹회장이다.
손꼽히는 전국구 재력가로는 대구에 학교만 6개를 갖고 있는 「학원재벌」 신진욱의원,영화 『하얀전쟁』 제작사인 대일필름대표 국종남의원,서울청기와주유소·예식장 및 대규모 부동산의 소유자인 김충현의원 등.
광주무등산온천관광호텔 소유주인 김옥천의원,두번씩이나 헌금으로 전국구를 딴 이동근의원,박일의원 등도 재력가로 소문나 있다.
비주류 리더인 김상현의원도 서울 신길동에 부인명의의 5층 빌딩을 갖고 있는 등 만만치 않은 「알부자」라는 소문. 상당한 주식과 오류동빌딩 등 부동산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이경재의원의 「장롱속」 내용물도 당내의 흥미거리로 등장하고 있다.<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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