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색 남북관계 전기 기대/이인모씨 북송이후의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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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북 강경자세 완화될 수도/핵문제엔 큰 영향 못줄듯
정부가 19일 비전향 빨찌산 이인모씨를 북한에 보냄에 따라 작년 5월의 제7차 남북고위급회담이후 지금까지 「미결의 과제」로 남아있던 남북한 현안을 하나 푼 셈이다.
특히 미전향 장기수를 판문점을 통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송환한 것은 이산가족재회 등 남북교류에 한 선례가 될 것이며 팀스피리트훈련,북한의 핵문제 등으로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남북관계에도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어 북한측의 자세변화가 주목된다.
이씨의 무조건 송환결정이 내려진 바로 다음날(12일)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선언이 나와 남북관계에 찬물을 끼얹고 한반도에 긴박한 상황을 조성하긴 했었지만 이씨의 송환이 고조된 남북간의 긴장분위기 완화에 보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씨를 보냈다고 해서 북한이 당장 태도변화를 보일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이씨 송환이 북한으로 하여금 신정부의 대북자세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하는데는 어느정도 기여하겠지만 남북한의 최대현안인 핵문제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북한이 송환된 이씨를 환영하는 대대적인 행사를 열면서 NPT탈퇴,팀스피리트비난 군중대회에 이은 정치선전거리로 이용할 공산이 높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이씨 송환이 이산가족문제 해결에 전환점이 될 수도 있는 등 남북관계 개선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북한은 『이씨를 보내주면 판문점에 이산가족 면회소를 설치하는 문제와 납북된 동진호 어부 12명의 송환문제에 대해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바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북한으로서도 NPT탈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이미 소기의 성과를 거둔터라 강경자세를 누그러뜨릴 계기로 삼을 가능성은 있다.
특히 북한이 「준전시상태」라고 부산을 떨면서도 한편으로는 남한기업인들과 접촉을 계속하고 핵문제를 남북간에 협의하자고 신호를 보내는 것 자체가 NPT탈퇴로 야기된 위기상황을 파국으로 몰고가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그렇지만 남북한이 조만간 대화를 재개하기는 어려울 듯 싶다.<박의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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