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혼잡통행료 징수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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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시는 이르면 올해 안에 도심 진입 차량에 대해 혼잡통행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심 진입 차량을 억제해 교통체증을 해소하겠다는 뜻이다. 인구 1천만명인 서울의 교통체계를 대중교통 위주로 전환하는 것은 불가피한 대세다. 그러나 벌과금의 성격이 강한 혼잡통행료를 도입하려면 그로 인한 부작용은 없는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우선 혼잡비용 부담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증가가 어느 정도인지부터 측정해야 한다. 버스 노선 정비 및 지하철과 버스의 환승체계 확립 등 대중교통수단의 정비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혼잡통행료를 도입하게 되면 많은 출퇴근 시민은 콩나물 시루 같은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면서 시달릴 수밖에 없다. 또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운행해야 하는 소규모 사업자들은 과도한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이와 같은 불편함이나 비용 증가는 그만큼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 서울시는 단순한 차량소통의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 전체에 주는 영향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 도심의 어느 지점에 어떤 방식으로 혼잡통행료를 부과할 것인가도 문제다. 런던의 경우 지난해 2월부터 월~금요일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30분까지 도심에 차량을 가지고 들어가려면 미리 혹은 당일 자정 전까지 인터넷이나 전화로 혼잡통행세 5파운드를 내야 한다. 런던시는 도심 주요지점에 2백여대의 카메라를 설치해 진입하는 자동차 번호판을 촬영하고 자정까지 돈 낸 사람의 명단과 비교한다. 상당한 인프라 구축과 행정비용이 필요한 제도다.

인프라나 행정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혼잡통행료 징수가 실시된다면 이로 인해 더 큰 교통혼잡이 초래될 수도 있다. 예컨대 통행료 징수 지점마다 병목현상이 빚어지거나 우회도로까지 막혀버릴 수도 있다. 현재로선 통행료 징수 범위가 어떻게 설정될지, 징수 지점이 어디 어디가 될지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지만 통행료 도입에 앞서 그러한 교통혼잡 가중 현상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