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미국인 교사 데이비드 헤인스 방한 "한국 만화·드라마 보며 수업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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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재미 한인 학생들에게 한국어 과목을 가르치는 미국인 교사가 처음으로 탄생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고교의 외국어 교사인 데이비드 헤인스(41·사진)가 주인공. 그는 한국어진흥재단과 한국어세계화재단의 주최로 6~13일 열린 ‘재미 한국어 교사 초청연수’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했다.

헤인스는 내년부터 한국어를 거의 못하는 한인 2~4세를 대상으로 한국어 초급 과정을 가르칠 예정이다. 그가 맡은 과목은 단순한 어학만이 아니라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도 가르치기 때문에 요즘 그는 한국 만화와 드라마를 열심히 보고 남북 관계,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을 다룬 책들을 탐독하고 있다. 헤인스는 15일 “말이 서툴다고 한인 학생들이 흉보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면서도 “일단 초급 과정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고급 과정까지 가르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난해말 캘리포니아 주 정부가 실시하는 한국어 교사 자격시험에 3수 끝에 합격했다. 한국어를 배운지 6년만이었다. 한인타운에 살고 있는데다 제자 중에 한인 학생이 많아 한국어로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한국어와 인연을 맺게 됐다. LA한국문화원의 한국어 강좌프로그램을 지난 6년간 꼬박꼬박 수강했고 늘 한글 단어장을 갖고 다니며 암기 했다. 그는 “같은 의미라도 표현법이 너무나 다양한 것이 한국어의 어려운 점이자 매력”이라고 평가했다.

헤인스는 한국인처럼 유창하진 않지만 정확한 ‘서울말’을 쓴다. UC샌터크루스대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했으며 졸업 후 스페인어 교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10년 전부터는 중국어에 심취해 중국어 교사 자격증까지 따낸 어학통이다. 그는 “요즘 ‘키드깽’이라는 한국 만화를 재미 있게 보고 있다”며 “앞으로 다른 비한국계 교사들이 한국어 과목에 진출할 수 있도록 모범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한인타운에 10년을 살아 한국 친구도 많고 한국 음식도 매우 좋아해 절반쯤 한국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LA지사=박상우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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