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지요] '남성 우울증' 여성보다 더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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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 새해가 왔는데도 왠지 우울해 보이는 남성들이 많이 눈에 띄네요. 수은주가 뚝 떨어진 데다 햇볕마저 자주 쬘 수 없어 우울증이 오기 쉬운 계절이지요. 이태백.삼팔선.사오정.오륙도 등 신조어들까지 남성의 우울증을 더욱 부추깁니다.

우울증은 쉽게 말해 '재미없는 삶'입니다. 우울증에 걸리는 여성 비율이 남성의 2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통계를 믿지 않아요. 단지 여성이 우울증을 더 솔직하게 인정하는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죠. 실제 남성들은 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우울증을 곧잘 부정하지요.

그 '은폐'의 대가는 엄청납니다.남성 우울증은 다분히 공격적이어서 자살 위험이 여성의 4배에 달한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또 외부의 도움이나 치료를 받기보다는 술.약물.폭력 등 일탈 행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문제지요.

남성이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남자는 울지 않는다'는 통념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해요.

가족이나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우울증에 걸린 남성이 SOS를 보내는 것은 비만 남성이 운동.다이어트 계획을 세우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지극히 남성적인 대처입니다.

가벼운 우울증이라면 가족과 대화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취미 활동을 하거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인 동호회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지요.

그래도 계속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2주 이상 우울감이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우울증은 중추신경의 생화학적인 변화로 생기기 때문에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우울증 치료제를 처방받으면 생각보다 쉽게 나을 수 있습니다. 전문의와 면담(대화 요법)하는 것도 도움을 줍니다.

박태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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