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애 나누는 척추자애인들「물레방아」|사고불행 이겨낸『꿋꿋한 삶』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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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물레방아가 쉬지 않고 돌 듯 열심히 살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서로에게 도움과 위안을 주기위한 모임인 『물레방아』는 척추장애인들이 회원이다.
90년 3월 연세대 재활원에서 함께 재활의 의지를 북돋우며 정을 나누었던 장애인들이 주축이 돼「일생의 벗이 되자」며 결성한 이 모임에는 지금 서울과 경기도의 척추장애인 22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건강한 육체를 소유했다가 자동차 사고 또는 작업장에서의 사고로 중도장애인이 된 사람들이다.
그러한만큼 서로가 느끼는 아픔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이해하고 위안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회원들은 회장 홍이석씨(41·서울 목산교회목사)를 비롯해 황재만 전국가대표 축구선수며 현재는 할렐루야 축구팀감독(44), 이달말 성균관대에서 공학박사학위를 받는 권령직씨(33), 구필화가인 박우형씨 등 27∼48세의 남녀.
회원들이 모두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므로 아무래도 행동에 제약을 받는만큼 다양한 사업을 벌이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달에 한번(셋째 목요일 오후) 전 회원이 모여 그간에 있었던 자신들의 생활을 얘기하고 필요한 정보를 교환하는 이 모임이 그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소중하다.
어떤 운동을 하는 것이 회원들의 건강에 좋다든가 새로 소개된 재활기구중 어떤 것이 생활에 도움이 된다든가에서부터 시작해 타인들에게는 말하기 곤란한 장애인들만의 고민을 나누기도 한다.
조만간 건강한 처녀와 화촉을 밝치게 되는 권직회원은『서로가 소외되고 고립돼 있다는 생각을 하다가 이 모임에 나오면 한껏 웃음꽃을 피우고 가니 훨씬 생활이 밝아진다』고 했다.
이들은 생일을 맞은 사람들을 위해 생일케이크를 자르며 축하해주기도 하고 회원 집안의 경조사에도 참석해 도움을 나누기도 한다.
날씨가 좋은 봄·가을에는 가족 전체가 참여하는 야유회를 함께 잠을 자며 마련해 진한「형제의 정」을 확인하곤 한다. 매달 1만원씩의 회비를 거둬 경비로 충당하고 있으며 척추장애인 모두에게 모임이 개방돼있다.
홍이석회장은 『앞으로 전국에 산재해 있는 장애인들이 함께 힘을 모으는 연합회 같은 것을 결성해 장애인을 위한 복지사업과 장애자 관련법 개선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고혜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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