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기일 'K-리그 자존심' 살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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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성남 일화의 김민호(中)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 원더러스 수비수의 마크를 피해 오른발 강슛을 터뜨리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살아 있는 승부를 보라'. K-리그 챔피언 성남 일화가 피스컵 국제축구대회 개막전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볼턴 원더러스와 극적으로 비겼다.

성남은 12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조 개막전에서 볼턴에 선제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었으나 후반 종료 3분을 남기고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켜 1-1로 경기를 마쳤다. 8개 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는 A, B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조 1위끼리 우승을 다툰다.

평일 이른 저녁임에도 4만8000여 관중은 빅리그 팀들의 멋진 경기를 기대하며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볼턴은 관중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했다. 10일 입국해 시차적응을 끝내지 못해 몸놀림이 무뎌진 데다 엘 하지 디우프와 니콜라 아넬카 등 주요 선수들이 빠진 탓이다. 볼턴의 새미 리 감독은 이번 대회를 전지훈련으로 생각한 듯 제럴드 시드, 대니 거스리 등 새로 합류한 4명의 선수에게 데뷔전 기회를 줬다.

아시안컵 출전 관계로 최성국.김두현 등 주전 5명이 빠진 성남도 벤치멤버를 대거 기용해 볼턴에 맞섰다.

전반 가장 의욕이 넘친 선수는 성남의 이따마르와 모따였다. 빅리그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것을 의식한 듯 둘은 평소보다 더 활기찼다. 이따마르는 벼락같은 슈팅으로, 모따는 특유의 돌파력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며 강한 인상을 심어 줬지만 득점에는 실패했다.

경기는 후반 들어 박진감이 넘쳤다. 특히 후반 8분 이따마르와 충돌한 뒤 거칠게 반응한 볼턴의 니컬러스 헌트가 퇴장당하면서 격렬해졌다.

거친 태클과 몸싸움이 오가던 중 볼턴의 선제골이 터졌다. 후반 33분 볼턴의 주장 케빈 놀런은 후방에서 한 번에 연결된 공을 잡아 성남 겹수비를 뚫고 슈팅을 날려 골네트를 흔들었다.

반격에 나선 성남을 구한 것은 후반 막판 교체투입된 남기일이었다. 남기일은 경기장에 들어온 지 6분 만인 후반 43분 박광민의 절묘한 땅볼 크로스를 슛으로 마무리,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한편 광양에서 열린 A조 치바스 과달라하라(멕시코)는 라싱 산탄데르(스페인)를 5-0으로 이겼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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