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대선까지 8백억원쯤 썼다”/정주영씨 동경 회견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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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노 대통령에 처음 2년은 정치자금 줬다/중단하자 세무사찰… 저항위해 대선출마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4일 낮 일본 동경에서 한국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정계진출 및 은퇴배경,앞으로의 거취문제 등에 대해 언급했다. 다음은 정 회장과의 일문일답 내용.
­잠깐동안의 정계외도가 앞으로 경제인으로 생활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전혀 도움이 안될 것으로 생각한다.』
­경영만 할 때보다 정치를 함으로써 유머가 많이 는것 같다.
『작년 2월 정계에 나가 연말에 경제계로 돌아왔다. 10개월간 새로운 세상을 경험했다.』
­새 세상을 경험하는데 돈이 얼마나 들었나.
『총선에서 대선까지 8백억원정도 들었다.』
­정계에 들어가지 않았어도 그 정도의 돈은 써야하지 않았겠는가.(정치자금 헌금을 의미)
『정치자금을 잘 내지 않게된 것이 정계에 들어가게 된 동기다. 노 전대통령과는 처음 2년간은 잘지냈다.
자금지원이 잘 안됐는지 세무사찰을 하고 과세를 해 사이가 나빠졌다. 경제인으로서는 그에게 저항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해 정계에 나가게 됐다.
정계에 나가지 않았을 경우 그를 만족시키기 위해 얼마를 썼을지 모르겠다.』
­새 대통령에게도 자금지원을 할 것인가.
『새 대통령은 자금지원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다.』
­요구하지 않아도 기업에서 먼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럴필요 없다. 나는 박 대통령시절부터 정치자금을 줬다. 박 대통령은 나에게 직접 돈을 달라고 하지 않았으나 「대통령이 되니 연말에 쓸일이 많다」는 말을 했다. 그말을 듣고부터 정치자금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사복을 채우지는 않았다.
김 대통령은 정치자금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김 대통령이 상반기중 금융실명제 실시일정을 발표하겠다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되면 지하경제가 일소되고 부패관리도 없어질 것이다.』
­일본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은.
『이나야마(도산) 전 경단연회장과 현재의 히라이와(평암)회장이다.』
­한국과 일 기업의 큰 차이점은.
『한국은 오너체제이고 일본은 법인체제로 법인이 부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도 2세 체제를 지나 3세때가 되면 일본처럼 될 것이다.』
­마쓰시타(송하) 정경숙같은 것을 만들 생각은 없나.
『나는 그를 크게 평가하지 않는다. 모리타(성전) 소니회장같은 사람은 그를 「마네시다」(흉내내기 잘하는 사람)라고 부르는 등 혹평한다. 그는 일본경제를 위해 기여한 것이 없다.』
­고로사업에 진출한다고 했는데….
『일본기자들과의 인터뷰때 「앞으로 신규사업을 한다면 무엇을 하겠는가」라고 물어왔다. 그래서 「예컨대 제철소 같은 것을 해보고 싶다」고 했더니 경쟁의식에서 그랬는지 크게 기사로 다뤘다.』
과거에는 포철 박태준회장의 영향력이 커서 감히 생각을 못했었다.
이제는 할 수도 있으므로 예를 들어서 말한 것이다.』(그는 일본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는 올 상반기중 허가신청서를 정부에 내고 부지도 이미 울산에 확보했다고 밝혔다)
­선거때 아파트를 반값으로 공급하겠다고 약속,많은 표를 얻었는데 현대가 이를 실현할 생각이 없나.
『채권입찰제를 폐지하고 토개공이 토지를 제공하면 반값건설이 가능하다고 보고 그같은 공약을 했다. 그러나 낙선돼 그같은 지원을 받을 수 없으므로 현대가 반값에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선거때 김 대통령을 비난하다 지금은 칭송하고 있는데 왜 그처럼 태도가 바뀌었나.
『비난은 선거용이다. 선거때는 다 자기가 잘났다고 하는 것이다. 김 대통령은 25세때 국회의원이 된뒤 40년간 정직하게 살아왔다.
그의 대통령 당선은 정직한 사람이 결국 성공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동경=이석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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