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계 중심 친정체제 구축/민자당직 개편 어떻게 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개혁 추진의 바람막이역 강조/민정·공화계는 숨죽이며 관망
민자당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밤 내각명단을 발표한뒤 김종필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부부동반 만찬을 한 자리에서 당3역을 포함한 민자당 핵심당직자 인선을 협의,확정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당을 김 대통령의 친정체제로 재구축한다는데 이번 당직개편의 주안점이 주어졌다고 한다.
즉,김 대통령과 호흡이 맞는 일사불란한 조직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새정부가 추진하려는 개혁정책을 당이 적극 뒷받침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경우에 따라선 정부보다 앞장서 여론을 선도하고 또는 외곽에서 예상되는 기득권층의 반발을 차단하는 바람막이 역할을 하는 등 개혁정책수행에 당정의 유기적 협조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는게 김 대통령의 기본인식이라는 것이다.
김 대통령의 오른팔로 불리는 오랜 측근 최형우의원의 사무총장 기용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것도 그같은 이유에서다.
김 대통령은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새정부 조각과정을 통해 「김영삼사단」을 대거 포진시켰다. 당직개편도 예외는 아닐성 싶다.
○유기적 협조가 절실
김 대통령은 이제 민정계다,민주계다,공화계다 하는 계파활동을 거의 용납하지 않으려 할게 틀림없다.
김영삼대통령당선 전과정에 1등공신이라 할 수 있는 김윤환의원 등 민정계 추대위측의 의견이 앞의 몇차례 인사에서 거의 반영되지 않은 대목도 김 대통령의 계보불허 의지를 읽게 한다.
○…핵심인 사무총장을 놓고 민주계·가신그룹의 최형우의원,신민주계·YS추대위의 김윤환의원,이한동계의 중심인 김영구 현총장 등이 경합하는 모양새를 보여왔다.
청와대비서진·내각인선에 이미 적용된 김 대통령의 민주계 중심 개혁의지에 비춰볼때 많은 사람들은 최 의원의 입성을 거의 굳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통령은 ▲3당합당이후 민주계가 당3역에 들어간 적이 없고 ▲민정계로는 당정개혁 분위기에 발맞추기가 힘들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최 의원은 1일까지도 『내가 인원감축같은 악역을 왜 맡느냐』며 물러서는 제스처를 보였다. 그러나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최 의원과 민주계는 「최형우사무총장」을 강하게 밀어왔다.
대통령 비서실장·정무장관에 이어 당 사무총장도 민주계가 맡아야 당정개혁이 제대로 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쉬고 싶다” 의사전달
김윤환의원을 비롯한 YS추대위측과 민정계중 신민계는 상대적으로 목소리가 작아졌다. 1차 당정포진은 「김영삼대통령 만들기」에 「원초적 공로」를 가지고 있는 민주계가 유리한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측근의원들이 『어떻게 되느냐』고 물으면 『내얘기는 일절 하지 말라』고 신중한 처신을 해왔다. 최근엔 김 대통령과 독대한 적도 없었다. 한 측근의원은 『허주(김 의원 아호)는 위의 결정만 기다리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민주계의 총장공략이 점점 뜨거워지자 김영구 현 총장은 3∼4일전 김 대통령과 독대해 『쉬고 싶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서는 김 총장이 대선공적(선거대책본부장)을 인정받아 입각될 가능성을 점쳤었다. 입각이 안된 상황에서 김 총장은 사무처 인원감축 등 당수술을 집도해야 하는 총장자리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듯 하다.
김용태총무의 변동가능성은 아주 적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본인이 총무직 계속수행을 희망하는데다 김 대통령·김종필대표의 신임도 두터운 편이다. 사무총장자리에 많은 초점이 모아져 총무교체는 비중이 줄어든 면도 있다.
○정책위장 복수 후보
황인성의원의 총리중용으로 공석이 된 정책위의장 자리에는 김중위·이세기의원 등이 복수안으로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후보경선후 이종찬진영을 떠나 김영삼후보의 정무보좌역을 맡아 열심히 뛰었는데 내각에서 빠져 김 대통령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 있다. 두 의원은 공히 서울지역 배려라는 측면도 있다.
당대변인에는 김영삼 대표비서실장을 지냈던 신경식의원과 최재욱·강재섭·강인섭의원 등이 거론되어 왔다. 신 의원은 최근 총재와 당의 중간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총재비서실장쪽을 더 희망해 왔고 강 의원은 법조계 선배인 박희태 전임대변인의 지원을 받아왔다.
다만 강 의원은 자신의 보스였던 박철언의원이 탈당하고 자신은 당에 잔류했을때 심한 「정치적 몸살」을 앓아 이번에 당의 입인 대변인에 나서는데 부담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기구 개편으로 3명에서 1명으로 줄어들 사무부총장에는 민정계의 권해옥,민주계의 강삼재,공화계의 조부영의원 등이 거명되고 있다.
역시 3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 정책조정실장에는 서상목·장영철·김한규·김운환·김영진·강신옥의원,중앙정치교육원장에는 이상재·이재환의원,정세분석위원장에는 김영일·서수종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허남진·김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