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해 출발부터 또 언론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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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무현 대통령의 그릇된 언론관이 새해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아 참으로 걱정스럽다. 지난 3일 국정토론회에서의 언론 비판은 정부에 대한 언론의 파수꾼 기능을 이해하기보다 여전히 원망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음을 드러냈다. 잘못 나아갈 수 있는 국정의 방향을 바로잡아간 언론의 공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이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들을 힘 빠지게 하는 존재로만 설명한 것이 그 증거다.

언론이 지닌 힘의 원천은 국민이다. 언론은 국민에게서 알 권리를 위임받아 정부를 감시한다. 따라서 공직사회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언론 본연의 임무다. 국가적.사회적 의제에 대한 국민의 소리를 반영하고 정부가 세운 정책을 논평함으로써 국익과 나라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다.

정책을 입안한 정부의 의도와 이를 평가하는 언론의 시각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소리에만 솔깃하고, 쓴소리는 의도적 덧칠이나 왜곡이라고 폄하한다면 盧대통령 자신이 일찍이 언급한 '건강한 긴장관계'는 처음부터 들어설 자리가 없다.

盧대통령이 국정토론회에서 의사소통의 키워드로 공직사회에 주문한 '국민과의 직접 대화'는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 전제가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거나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서는 곤란하다. 국민의 정부 이후 정부는 언론의 오보나 일방적 주장으로 사실 전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나 정식 재판을 통해 정정과 반론을 언론에 싣고 있다. 이뿐 아니라 盧대통령이 토론회에서 언급했듯 "정부에 관련된 오보 숫자가 하루 두세개며 옛날에는 이보다 열배쯤"일 정도로 언론의 자기점검도 강화되고 있다. 오늘날 언론의 의도적 왜곡이 있다면 독자들이 먼저 이를 외면한다.

언론 때문에 "공직사회가 일을 잘하거나 신용을 잃은 것"이 아니다. '잘되면 내 덕이요, 못되면 조상 탓'이어서는 결코 발전할 수 없다. 언론은 언론의 일을 할 뿐이다. 정부는 정부의 일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