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장관들에 대한 기대(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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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새정부의 조각에 여성각료가 3명이나 발탁된 것은 우리 역대정권에서 일찍이 없었던 파격적인 일이다. 남녀평등시대에 요직의 구성을 성별로 분류하는 것 자체에 거부감을 느낄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성적 차별이 문제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번 3명의 여성장관 발탁은 여권신장의 한 징표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는 이들 여성각료들이 새정부의 여성우대,여권신장정책의 과시차원에서 여성이란 이유만으로 임명대상이 됐다고는 보고 싶지 않다. 그들은 한결같이 여성의 지위와 인권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을뿐 아니라 나름대로 맡은바 전문분야에서 경륜과 업적을 쌓아온 분들이다. 다만 우리가 일종의 노파심에서 불안한 느낌을 떨쳐버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이들 여성장관들이 맡은 업무가 지금까지 이들이 종사했던 분야와는 적지아니 다른 매우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라는 점에서다.
우리의 보사행정이 담당하는 범위는 의정·약사업무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보건·위생,장애자재활,구호,부녀자·아동문제 등 다양하고 복잡하다. 그중에서도 사회복지분야의 비중이 급속히 커지고 있고,업무성격이 다른 분야마다 전문적 식견과 행정력이 요구된다.
특히 환경문제는 더욱 그렇다. 60∼70년대의 환경문제는 쓰레기 안버리기나 자연보호 등 시민캠페인 차원으로 족했다. 그러나 현재와 앞으로의 환경문제는 과학·기술적이고 산업정책적이며 국제 외교적 차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날로 악화되고 있는 생활환경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해배출의 감축이나 방지를 위한 기술의 개발이 절실하다. 국제적으로 논란되고 있는 환경문제는 특정국가나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지구적 규모의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
환경문제를 이유로 각국의 산업활동과 무역거래까지 규제를 가할 움직임이다. 이러한 국제적 동향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국내의 산업생산체제마저 근본적인 재편이 불가피하리란 전망이다.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적절하고 민감하게 대응해 나가지 못하면 우리는 선진국과 동일한 규제대상이 되면서 동시에 개발도상국에 주어지는 환경개선을 위한 기술·재정지원의 혜택에서는 제외되는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국내외 상황에서 정부가 서둘러야할 것은 해당 전문분야에 종사할 인력을 양성하고 기술을 도입·개발하는 일이다. 자연자원의 활용과 환경보전을 적절히 조화시키고 국제적으로 실리를 찾는 환경외교의 강화도 급하다.
이렇게 새로 임명된 여성각료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매우 막중하다. 빠른 시일안에 업무를 파악하고 전문성을 수용하여 일부에 있을지 모른 노파심이 기우에 그치게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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