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석 파문」 허찔린 첫 인사/박보균 정치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신데렐라처럼 데뷔할뻔 했던 전병민 청와대 정책수석비서관의 도중하차는 김영삼 차기정권에 적지않은 부담을 안겨주었다.
그의 정책수석 기용은 불투명한 경력과 학력으로 구설수의 소지가 있었지만 학력보다 능력위주의 발탁이라는 세평도 받았다.
김영삼 차기대통령의 말대로 고교만 나온 사람을 능력본위로 과감히 인사한 것은 많은 사람으로부터 격려전화를 받을만 했으며 다른 문제만 없었다면 전씨의 등용이 인간승리로 비춰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장인이 고하 송진우 암살범이란 것이 드러나면서 경력·그간의 행적 등에 불투명한 요소가 제기됐고 전씨는 스스로 물러났다.
전씨의 「각광과 좌절」은 그 개인의 문제를 떠나 김 차기대통령의 인사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우선 그의 퇴진이유에 대한 설명이 명쾌하지 못하다. 장인이 민족지도자 암살범이란 것이 결정적 이유라면 전씨의 주장대로 「신판 연좌제」라는 지적을 낳을 수 있다.
차라리 고졸임을 떳떳하게 내세우지 않고 학력을 얼버무리려 했던 흔적,현대사회연구소 재직중의 여러가지 물의,재혼과정을 설명하지 않은 점 등 공인으로서의 정직성에 문제가 있어 그만두게 했다면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고교출신으로 큰 꿈을 꾸고 있는 사람이나,없어진 연좌의 그늘에서 고통받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또다른 큰 실망과 좌절감을 줄지 모른다.
김 차기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인 보안성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다. 이제까지 김 차기대통령이 했던 인사는 야당시절 총무·사무총장의 임명,3당통합뒤에는 노태우대통령의 인사구상에 조언하는 정도였다. 때문에 그의 인사는 믿는 사람을 쓴다든가 또는 대외비에 붙여 전격적으로 단행해도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국가경영의 책임과는 다소 거리를 두었기 때문이다.
또 노태우대통령처럼 사전에 언론에 흘려 많은 사람들에게 억울한 상처를 주지않게 하겠다는 생각도 옳다.
그러나 전씨의 사퇴파문에서 드러난 것처럼 이제 사전검증없는 인사는 대통령에게 곧바로 정치적 타격을 준다.
사람쓰는데 있어 전격성과 보안성은 자칫 전력이 선명치 못한 사람들의 권력접근을 가능하게 하고 임명권자의 시야를 좁게 한다는 것이 이번 파문이 남긴 교훈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