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얽힌 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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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전환시대의 논리』는 지금까지 몇 쇄를 찍었는지, 몇 부가 팔려 나갔는지 발행사인 창작과비평사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80년 초 신군부에 의해 뒤늦게 판매금지조치를 당한 이후 정확한 쇄수를 밝히지 않은 채 발행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발간 2년만에 13쇄를 기록한 이 책의 현재 쇄수는 15쇄. 출판사 측도 약15만 부가 팔려나갔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74년에 나온 『전환…』가 금서가 된 것은 80년대 들어와서의 일이다. 대학가의 시위현장에서 연행된 학생들을 조사하던 중 이른바 운동권 대학생들에게 가장 영향을 크게 미친 책이 『전환…』로 밝혀지면서 이 책과 저자의 수난은 시작됐다. 연행학생들을 조사하던 검찰관계자들은 너무나 많은 학생들이 『전환…』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털어놓자 『전환…』를 읽지 않고는 정확한 수사를 할 수 없다고 판단, 출판사에 단체로 주문을 했던 웃지 못할 일화를 남기기도 했다.
금서목록에 오른 이후 이 책의 성가는 더욱 높아졌다. 일반서점에서 구입할 수 없는 희귀 도서가 된 것이다. 정가 2천8백원 짜리 책이 헌 책방에서1만원이상에 불티나게 팔렸을 정도다.
한 시대의 대표적 금서였던 『전환…』는 지금도 대학생들의 필독서로 꾸준히 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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