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년 체험정리 『창경원사』발간 앞둔 전 동물부장 오창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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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47년간 온갖 동물들과 고락을 같이 해온 전 창경원 동물부장 오창영씨(65·서울대 외래교수)가 자신의 체험을 중심으로 「한국 동물원 80년사」를 상·하권으로 정리, 3월초에 우선 『창경원 사』를 선보인다.
오씨는 지난 56년 수의사 겸 동물관리사로 창경원에 발을 들인 후 89년 서울대공원 초대 동물부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퇴직하기까지 「의자한번 바꾸지 않고」동물원 외길인생을 살아왔다.
창경원은 1909년 조선왕조를 농락하려는 이토 히로부미의 계략으로 개원됐다. 창경원 개원에 대해 당시 양반들은 『궁 안에 전한 동물들을 들여놓을 수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했으나 순종은 『왕은 여민동락해야한다』며 개원을 받아들였다.
오씨는 그러나 『동물원 개원을 일제가 주도했다는 점에 자존심이 상할 뿐 왕궁에 동물원을 세운 것 자체는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세계 최초의 동물원인 중국 주나라의 「지식원」역시 무왕의 궁 안에 세워졌을 뿐더러 영국 등 구미국가에서도 궁 안에 동물원을 만든 기록은 흔하다는 것.
논란 속에 개원한 창경원은 캥거루·오랑우탄 등 72종 3백61마리의 동물로 아무튼 국민들의 눈길을 끌어 45년 해방 때까지 2천만명의 관람객이 찾는 명소로 자리잡았다. 6·25전쟁의 와중에 동물들이 40여종까지 준 적도 있으나 이후동물도 관람객도 꾸준히 증가해 창경원은 총1억여 명의 입장객 기록을 세우며 84년 폐원, 동물 1백50여종은 서울대공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겼다. 오씨는 이 과정에서 주임·부장·원장 등으로 직급은 변했으나 업무는 동물을 치료하고 관리하는 것으로 일관했다. 오씨는 『타 직장에서 유혹도 적지 않았으나 동물들과 미운 정·고운 정이 다 들어 차마 떠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오씨는 『모든 종류의 동물들을 다 좋아한다』며 특히 자신보다 창경원 입사1년 선배로 지금까지 생존해 있는 「자이언트」(코끼리)와 「진선」(두루미)에 애착을 느낀다고. 얼굴 생김으로 동료들 사이에 「하마」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이 때문에 하마는 한번 더 보게 된다며 웃는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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