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성 천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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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시골에서 사슴농장을 경영하는 박모씨(54)가 3년째나 반복되는 천식 때문에 병원에 왔다. 5년 전에 사슴을 기르기 시작했는데 2년쯤 지나서 여름에 감기가 들려 약 한 달간 고생한 뒤로 계속 감기기운이 깨끗이 가시지 않고 콧물·재채기가 나면서 때때로 기침·호흡곤란, 또 가슴속에서 색색 하는 바람소리가 나는 것을 경험했다. 이런 증상은 사슴을 돌보고 난 후에 심해지는 것을 느꼈다.
세밀한 검사를 통해 그의 병은 알레르기비염과 기관지 천식으로 진단됐으며 알레르기 피부반응검사에서 양털에 강한 반응을 보여 사슴 털을 가지고 오도록 그에게 요청했다. 어렵게 사슴 털을 구해 알레르기 검사 시약을 만들어 검사했더니 사슴 털에 심한 알레르기 피부반응을 보였고 흡입유발검사에서 심한 천식반응이 확인됐다.
10년째 쌀가게를 경영하는 문모씨(42·여)는 3년 전에 발생한 기관지 천식과 알레르기성 비염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 병원에 왔다. 알레르기에 관한 기본검사를 시행했으나 모두 음성반응을 나타냈다. 정미소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곡물가루에 의한 알레르기성 기관지천식이 발생하는 외국보고가 있어 이 환자쌀가게의 쌀겨로 알레르기 검사 시약을 만들어 알레르기 피부반응검사와 천식 유발검사를 했더니 강한 양성반응을 보여 쌀겨에 의한 천식으로 진단됐다.
또 김모씨(63)는 한약 건재상을 15년째 경영하고있는데 5년 전부터 나타난 천식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 그는 한약을 작두로 두어 시간 썰고 나면 힘이 드는 것이 젊은이 같지 않으며 그날 밤에는 숨이 차서 꼭 기관지 확장제 흡입제를 마셔야 한다고 호소했다. 여러 가지 한약재 중에 특별히 나쁜 증상을 경험한 한약재로 검사했더니 천식증상이 유발됐다.
이처럼 직업상 취급하는 물질이 천식을 일으키는 것은 3백가지가 넘는다. 취급하는 물질로 천식이 발생하는 것이 밝혀지면 즉시 취급을 중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치료와 예방법이다. 계속 노출돼 반복적으로 천식이 발작하면 증상이 지속되며 약물치료에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난치성 천식으로 될 우려가 있다. 홍천수<연세대 의대 교수·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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